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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금추錦秋 이남호李南浩(1908~2001)의 기명절지화器皿折枝畵

by taeshik.kim 2024.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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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창가에 맑게 공양하나이다[詩窓淸供]

금추錦秋 이남호李南浩(1908~2001)의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다.

그릇과 책, 청동거울, 괴석, 호리병 따위 옛 기물을 화면에 놓았는데, 되는 대로 던져둔 것 같으면서도 구도가 안정적이고 특히 청동거울의 무늬와 질감 묘사가 돋보인다.

한 번에 그은 획이 거의 없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못 호방함도 갖추었다.

금추는 국사 교과서에도 실리곤 했던 <경복궁 건청궁 시등도始燈圖>를 그린 작가다.

이당 김은호(1892~1979)에게 사사받았는데, 그와는 전혀 다른 필치를 구사했다.

중국 베이징대 중국화과를 졸업해서인지 거친 맛(소위 대륙적?)이 유달리 두드러지면서도 묘사력이 뛰어나다.

특히 '죽음헌주인竹音軒主人'으로 당호를 쓴 중년 작품이 좋다.

다양한 화목에 능했고 서예에도 일가견이 있었는데 개중 화조와 인물을 잘하였다.

흔히들 화가는 중년보다 만년 작품이 좋다고 하는데, 금추는 반대다.

'안길헌주인安吉軒主人'으로 당호를 쓰던 만년 작품은 어쩐지 붓의 움직임이 과장되고, 비슷한 화목을 많이 그려 매너리즘에 빠진 듯이 보이기도 한다.

인물이 코믹해지는 건 둘째 치고 말이다.

이 기명절지도는 다행히(?) 중년작이다.

격조도 갖추었고 화제와 도장도 제 위치에 모자람 없이 배치된 좋은 그림이다.

크기로 보아 아마 병풍 낙장이었겠지 싶은데, 이 정도 솜씨의 8폭(또는 10폭?) 병풍을 둘 정도면 그 옛 주인의 풍류와 재력이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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