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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제경편帝京篇 by 낙빈왕駱賓王

by taeshik.kim 2024.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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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옹



山河千里國,  산하는 천리
城闕九重門.  성궐은 구중궁궐
不睹皇居壯,  황궁이 웅장한지 보지 못하면
安知天子尊?  천자의 존엄을 어찌 알리오?
皇居帝里崤函谷,  황궁은 효산(崤山)과 함곡관에 둘러싸이고
鶉野龍山侯甸服.  순수(鶉首)와 용산은 후복(侯服)과 전복(甸服)을 거느리네
五緯連影集星躔,  다섯 개 별이 연이어 하늘에 궤적을 그리고
八水分流橫地軸.  여덟 개 하천이 지축을 가로지르며 흘러간
秦塞重關一百二,  진 지방 관문은 둘이 백을 당할 만큼 굳세고
漢家離宮三十六.  한나라 이궁은 서른여섯 개
桂殿嶔崟對玉樓,  계전(桂殿)은 드높이 옥루와 마주하고
椒房窈窕連金屋.  초방전(椒房殿)은 깊숙이 금옥과 이어지네
三條九陌麗城隈,  세 줄기 아홉 갈래 길이 성 모퉁이를 돌고
萬戶千門平旦開.  천문만호 궁문들이 새벽에 열리네
復道斜通鳷鵲觀,  복도는 비스듬히 지작관(鳷鵲觀)으로 통하고
交衢直指鳳皇臺.  사통팔달의 도로는 곧바로 봉황대를 가리키네
劍履南宮入,  검을 차고 신발 신고 남궁에 들어가며
簪纓北闕來.  비녀에 갓끈 맨 대신들이 북궐에서 나오네
聲明冠寰宇,  예악은 세상에서 제일이요
文物象昭回.  문물은 별의 운행을 본받아
鉤陳肅蘭戺,  구진성(鉤陳星) 별빛이 계단에 엄숙하고
璧沼浮槐市.  벽옹(辟雍)의 연못이 괴시(槐市)로 흘러라
銅羽應風回,  동오(銅烏)는 바람에 따라 돌고
金莖承露起.  청동 기둥은 승로반을 들고 일어섰네
校文天祿閣,  천록각에서 문장을 교감하고
習戰昆明水.  곤명지에서 군사 훈련을 하는구나
朱邸抗平臺,  붉은 저택이 평대(平臺)에 맛서 오르고
黃扉通戚里.」 환관의 거주지가 척리(戚里)로 통하네
平臺戚里帶崇墉,  평대와 척리는 높은 담장을 두르고
炊金饌玉待鳴鐘.  황금보다 비싼 산해진미 종을 쳐 모여서 먹는다네
小堂綺帳三千戶,  비단 휘장 드리운 작은 대청은 삼천 개요
大道靑樓十二重.  한길에 붙은 청루는 열두 겹이라
寶蓋雕鞍金絡馬,  화려한 산개 아래 조각 안장에 황금 굴레의 말
蘭窓繡柱玉盤龍.  조각한 창문 앞엔 옥룡에 휘감긴 수놓인 기둥
繡柱璇題粉壁映,  수놓인 기둥에는 서까래와 흰 벽이 비치고
鏘金鳴玉王侯盛.  황금과 옥이 부딪치며 왕과 후작이 많아라
王侯貴人多近臣,  왕과 후작과 귀인은 대부분 근신들
朝遊北里暮南鄰.  아침에는 북리에서 놀고 저녁이면 이웃이라
陸賈分金將讌喜,  육가(陸賈)는 황금을 아들에게 나누어주어 편안하고
陳遵投轄正留賓.  진준(陳遵)은 비녀장을 우물에 던져 손님을 붙잡네
趙李經過密,  조씨와 이씨는 친밀하게 오가고
蕭朱交結親.  소육(蕭育)과 주박(朱博)은 서로 벼슬을 올려준다네
丹鳳朱城白日暮,  단봉성에 해가 저물면
靑牛紺幰紅塵度.  푸른 소가 감청 수레 끌며 홍진을 지나가네
俠客珠彈垂楊道,  협객은 버들 늘어진 길에서 탄환을 쏘고
倡婦銀鉤采桑路.         창기는 은 고리 바구니 들고 성남에서 뽕잎 따네
倡家桃李自芳菲,  창기는 복사꽃과 오얏꽃 같이 절로 향기롭고
京華遊俠盛輕肥.  도성의 유협들은 좋은 옷에 살찐 말을 탔어라
延年女弟雙飛入,  이연년(李延年)은 여동생을 데리고 궁성에 들어가고
羅敷使君千騎歸.  나부(羅敷)는 기수 천 명을 거느린 태수 따라 돌아가네
同心結縷帶,  동심 문양으로 매듭을 만들고
連理織成衣.  연리지 문양으로 옷을 짜네
春朝桂樽樽百味,  봄날 아침 계화주는 온갖 맛이 나고
秋夜蘭燈燈九微. 가을 저녁 구미등(九微燈)은 어두운 구석을 비추네
翠幌珠簾不獨映,  비취 휘장과 주렴이 서로 어울리고
淸歌寶瑟自相依.  맑은 노래와 거문고 소리도 서로 맞아 들어가네
且論三萬六千是,  인생 백 년에 삼만 육천 날이 옳다고 말한다면
寧知四十九年非?」 어찌 오십에 사십구 년이 틀렸음을 알지 못하는가
古來榮利若浮雲,  예부터 영예와 이익은 뜬구름 같으니
人生倚伏信難分.  인생에서 화복은 돌고 돌아 진실로 나누기 어려워라
始見田竇相移奪,  처음에는 전분(田蚡)과 두영(竇嬰)이 서로 다투더니
俄聞衛霍有功勛.  얼마 후 위청과 곽거병이 공훈을 세웠다 들었네
未厭金陵氣,  금릉(金陵)에 천자의 기운을 싫어할 사이도 없이
先開石槨文.  위령공(衛靈公)처럼 석곽에 묻히는구나
朱門無復張公子,  권세가 가운데 장방(張放) 같은 이 다시 없고
灞亭誰畏李將軍?  파릉의 역참에 이광(李廣) 장군 무서워하는 사람 없어
相顧百齡皆有待,  서로 바라보면 백 살이 되기에 모두 멀었지만
居然萬化咸應改.  생각지도 않는 사이 만물은 모두 바뀌어가네
桂枝芳氣已銷亡,  계수 가지 향기도 이미 사라졌고
柏梁高宴今何在?  백량대의 잔치도 지금은 흔적이 없어라
春去春來苦自馳  봄이 가고 봄이 와도 바쁘게 달렸지만
爭名爭利徒爾爲!  이름과 이익을 다투어도 허망할 뿐이로다!
久留郎署終難遇,  낭관으로 오래 있어도 결국 때를 못 만나고
空掃相門誰見知?  재상 댁 문 앞을 쓸어도 누가 알아주랴?
當時一旦擅豪華,  때를 만나 일단 부귀영화를 누리면
自言千載長驕奢.  천 년 동안 탄탄하리라 스스로 말했지
倏忽摶風生羽翼,  갑자기 돌개바람 타고 깃털이 생겨도
須臾失浪委泥沙.  순식간에 흐름을 잃으면 진흙에 떨어지지
黃雀徒巢桂,  노란 참새가 계수나무에 둥지를 틀고
靑門遂種瓜.  청문 밖에서는 소평이 참외를 심었다지
黃金銷鑠素絲變,  황금은 녹아 사라지고 명주실은 물들어버리니
一貴一賤交情見.  귀했다가 천해져야 참된 우정이 드러난다지
紅顔夙昔白頭新,  왕년의 홍안은 백발이 되어도 낯이 설고
脫粟布衣輕故人.  거친 밥에 좋은 이불 덮으면 친구를 잊어버리지
故人有湮淪,  오래된 친구는 몰락하고
新知無意氣.  새로 사귄 사람은 의기가 없어
灰死韓安國,  식은 재처럼 한안국(韓安國)은 세력을 잃고
羅傷翟廷尉.」  적공(翟公)은 정위에서 물러나 그물 치며 슬퍼했네
已矣哉, 歸去來!  그만 두어라, 돌아가자!
馬卿辭蜀多文藻,  촉 지방 떠난 사마상여는 문장이 뛰어나도 벼슬 낮았고
揚雄仕漢乏良媒.  한나라에 벼슬한 양웅은 소개하는 사람 없었다네
三冬自矜誠足用,  겨울 동안만 공부해도 쓸 수 있는 뛰어난 인재마저
十年不調幾邅回.  십 년이 지나도 미관말직에서 제자리만 맴도네
汲黯薪逾積,  급암은 벼슬을 독차지해 계속 승진하고
孫弘閣未開.  공손홍은 동각(東閣)을 열어 현사를 부르지 않는다네
誰惜長沙傅,  그 누가 장사 태부 가의를 생각해주는가?
獨負洛陽才?  홀로 낙양의 재주를 다 갖고 있는데


〔해설〕
수도 장안의 모습과 사람들의 생활을 그린 거작이다.

낙빈왕이 676년(약 50세) 명당주부明堂主簿로 전임하기 전 무공주부武功主簿로 있을 때 지었다.

시의 앞에 있는 ‘계’啓로 보아 이 시는 이부시랑 배행검裴行儉이 자신의 시문을 찾는 데에 대한 답으로 지었다.

원래 도성을 노래한 작품은 한대의 「서경부」와 「동경부」 이래로 조식의 「명도편」明都篇 등으로 이어졌고,

당대에도 당태종 이세민이 「제경편」을 처음 지었다.

그러나 이 시는 거대한 구도 속에 개인의 강렬한 감정을 침투시켜 개성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가공송덕의 속박에서 벗어나 제재와 표현력을 확대하였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이 시에 대한 역대의 평가는 일정하지 않다.

당대에는 ‘절창’(絶唱)이라 하였고, 명대 왕세정(王世貞)도 “비단을 엮고 구슬을 꿴 듯하며 넓고 멀리 도도히 흘러간다”(綴錦貫珠, 滔滔洪遠)고 평하였다.

비록 심덕잠은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이에 대해 청대 진희진(陳熙晉)은 반박의 의견을 개진하였다.

근대 시인 문일다(聞一多)는 “출렁이듯 충만한 굉편 거작으로 궁체시로부터의 일대 변화이다”(洋洋灑灑的宏篇巨作, 爲宮體詩的一个巨變.)고 평하였다.

바로 앞의 노조린의 「장안 고의」에 비해 더 장중하고 기세가 있으며 필치도 자유분방하다.

칠언을 중심으로 하여 때로 오언을 섞어 호흡을 자유롭게 펼쳤으며, 부려한 어휘에 강력한 리듬으로 묘사와 서정과 철리를 결합시켰다.

이 시는 비단 낙빈왕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초당 장편 시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당대 가행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

이상 중문학도 서성 선생 옮김과 해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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