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造景)의 탄생

2005.03.15 09:35:43

조경(造景)이란 글자 그대로는 경관을 만든다는 말. 이 말이 한국에 등장해 광범위화한 것은 1970년 청와대 어느 회의에서 쓰기 시작한 말이라고 한다. 청와대 조경담방비서관(1972-79)으로 초빙된 오휘영 박사 증언에 의하면 오박사가 1970년 잠시 귀국했을 때 청와대에서 행한 브리핑에서 처음 사용했는데 서울공대 건축공학과 윤정섭 교수의 자문을 받은 결과물이라고 했다. (오휘영, '우리나라 근대조경 태동기의 숨은 이야기(1)', <<환경과 조경>> 141호 48-51쪽.)

이 조경이라는 말은 서양의 landscape architecture를 옮긴 것이다. 하지만 이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쳐라는 말도 그 역사가 140년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은 미국 뉴욕에서 센트럴파크를 만들 당시에 현대 조경의 창시자로 일컫는 프레드릭 로우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함께 공원 공동계획과 설계를 맡은 칼베르 보(Calvert Vaux)라는 건축가가 만들었다고 한다.(이 날이 1863년 5월12일인데 미국에서는 이날을 자기들의 조경 창시일로 꼽는다)

이 말은 건물을 잘 짓는 전문가를 building architect라고 하고 배를 잘 만드는 전문가를 naval architect라고 하듯이 경관을 잘 꾸미고 가꾸는 전문가라는 의미에서 창안된 말임을 알 수 있다.(이상은 황기원<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 '한국조경의 문화적 전통시론', 2004, <<환경논총>> 제42권.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55쪽을 참조했다)

용어가 언제 만들어졌는가를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

이와 같은 언급에 이어 환기원은 "그러면 우리나라 조경의 역사는 정녕 이렇게 짧을까? 절대로 아니다. 이 말이 생겨나기 전에도 조경이 하는 일을 누군가 해 왔고, 그 성과는 우리 금수강산 곳곳에 여전히 남아있다"(56쪽)이라고 하고 있다.

조경이라는 말이 생성된 시점과 조경 자체의 역사는 분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왜 조경 혹은 조경학이라는 개념이 성립된 시점과 그 전개과정을 아는 것이 중요한가?

그것은 이 용어가 등장함으로써 비로소 그 학문이 근대적인 학문으로 성립되기 시작하는 내면을 포착케 하기 때문이다. 즉, 조경학은 조경학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고 그러한 용어가 여러 과정을 거쳐 개념화됨으로써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조경학 뿐이겠는가? 국어국문학이며 역사학이며 중어중문학이며 의학이며 하는 분야가 모두 그렇다. 근대는 이렇게 종래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것을 재가공하며 그 얼개를 다시 뜯어맞춤으로써(즉 분류하고 가지화함으로써) 탄생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