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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정(徐居正·1420∼88)의 《필원잡기(筆苑雜記)》 제2권에 보인다.
어떤 사람이 내게 묻기를, “중국에서는 불교와 도교(道敎)가 병행하고 있으나 도교가 더욱 성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불교는 비록 성하나 도교는 전무한 형편이다. 만약 두 개의 교가 병행한다면 나라는 작고 백성은 가난한데 장차 어찌 견디겠는가.” 한다. 내가 말하기를, “우리나라의 소격서(昭格署)와 마니산(磨尼山) 참성(塹城)에서 지내는 초제(醮祭)같은 것은 곧 도가의 일종이다. 서울과 지방을 통하여 항간에서 도가의 복식을 입고 도가의 말을 하는 사람은 없으나, 사대부 집에서 매년 정월에 복을 빌고, 집을 짓고 수리하는 일에 재앙을 제거하려고 비는데도, 반드시 맹인 5ㆍ6ㆍ7명을 써서 경(經)을 읽는데, 그 축원하는 바가 모두 성수(星宿 성신)와 진군(眞君 신선의 존칭)의 부류이며, 거기에 제공되는 비용이 적지 않으니, 우리나라에 도교가 행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일을 잘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맹인들이 복을 빌고 재앙을 물리치는 것은 옛 사람에게서 본 바 없고, 중국에서도 행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 시속에서 서로 전수되는 하나의 고사이다.”라고, 말하였다.
한국엔 도교가 없다고? 천지사방이 도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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