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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정(徐居正·1420∼88)의 《필원잡기(筆苑雜記)》 제2권에 보인다.
수찬 성간(成侃)은 어려서부터 널리 보고 많이 기억하며 읽지 않은 서적이 없었으니, 경사(經史)로부터 제자백가와 천문ㆍ지리ㆍ의약ㆍ복서(卜筮)ㆍ도경(道經)ㆍ석교(釋敎)ㆍ산법(算法)ㆍ역어(譯語)의 모든 법을 두루 섭렵하였으며, 사대부나 붕우의 집에 희귀한 서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반드시 구해보고야 말았다. 내가 집현전에 있을 때에, 성간이 장서각 속에 있는 비장 본을 봤으면 하고 원하기에 내가 말하기를, “궁중 비장 본은 경솔히 외인에게 보일 수 없다.” 하고, 난처해했다. 하루는 혼자서 연일 숙직하고 있었는데 홀연히 기침하는 소리가 들리므로 돌아보니 바로 성간이었다. 비장도서 보기를 더욱 간절히 청하므로 비로소 허락하였더니, 밤새도록 등불을 켜고 한번도 눈을 붙이지 않고 거의 다 열람하였는데, 뒤에 장서각 속의 서적 체제와 권질(卷帙)을 말하는 데도 또한 조금도 착오가 없었다. 그 후 10년 후에 성간이 과거에 올라 집현전에 들어왔는데, 항상 장서각 속에 파묻혀 좌우 서적을 밤낮으로 다 열람하니, 동료들이 책을 너무 좋아하는 성벽(性癖)이 있다고 놀렸다. 그러나 독서에 과로하여 몸이 여위고 파리하게 되어 나이 30에 죽었으니, 참으로 애석하다.
미친 듯한 독서열은 한 젊은이 목숨을 앗아갔다.
미친듯이 시에 혹닉하다 요절한 중당의 천재시인 이하李賀가 자꾸만 오버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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