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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탈레반식 폭거로 사라진 불교유물들

by 신동훈 識 202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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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명색이 일본에 불교를 전해준 나라이고 

서기 7세기에 이미 인도로 적지 않은 숫자의 승려가 구법여행을 떠났으며

같은 시기 원효의 저술이 동아시아를 뒤흔들고 

서기 11세기부터 대장경-교장 조판을 여러 번 반복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남은 게 없냐라는 생각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 

조선시대 5백년 내내 불교 승려는 중놈이라는 비칭을 입에 달고 살았고, 

시도때도 없는 부역에 끌려 산성이라는 산성은 모두 승려가 쌓은 것 같고, 

틈만 나면 동네 유림들이 몰려와 구타하고, 부처의 목을 베고, 심지어는 불까지 질러도 나라에서는 말 한마디 안했는데, 

어떻게 뭐가 남기를 바라겠나. 

탈레반식 폭거를 5백년을 계속했는데 뭐가 남아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것임. 

초조대장경도 국내에 몇 부 없는데 일본에는 수천 권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보면, 

팔만대장경도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뿐임. 


팔만대장경도 이면지 쓰듯이 양쪽 면 판각을 해 놨으니 저걸 그냥 놔뒀지 반대쪽 면이 빈 채 있었으면 틀림없이 저거 다 가져다 유교 목판 다시 팠을 것이라 본다. 한국에 뭐라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은 당연한 거다. 틈만 나면 쳐들어와 때려 부수는 짓을 5백년을 반복했는데 뭐가 남아 있으리라 생각하면 그게 더 문제임. 우리나라 유학은 임란 이후 탈레반이라고 보면 된다. 하는 짓도, 사상도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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