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공부를 시작하려는 분들이 보통 《논어집주》를 붙들고 시작하지만, 끝까지 일독하는 이는 거의 없다.
논어가 쉬운 책이면 주희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주석을 달 필요가 있었겠는가? 대단히 어려운 책이어서 수십 번을 보았어도 문리를 다 깨치지 못한 부분도 많다.
나는 한문 공부를 하고싶다는 분들에게 자신의 관심분야 책을 선정해서 읽으라고 권한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의 책을 골라 인명, 지명, 고유명사에 밑줄만 그어 놓고 보면 번역할 동사, 형용사, 부사 등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고 반복하다보면 문리가 빠르게 차츰 뜨인다.
![](https://blog.kakaocdn.net/dn/N4fJ2/btqJ91UuUQS/ZBUIzItMjioh8FvuB8kWQK/img.jpg)
전근대 유자들의 글은 사서삼경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좀 더 심화된 과정으로 가려면 사서삼경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러나 옛 어른들처럼 암송할 필요는 없다. DB가 잘 구축되어 쉽게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서 구절을 축약한 표현 등을 파악하여 알아내려면 경서를 찬찬히 두어 번은 읽어 두어야 찾을 수 있다.
한문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권하는 것은 율곡 이이의 〈동호문답(東湖問答)〉이다. 율곡은 글을 참 쉽게 쓰고,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뇌를 열어 잘 정돈해서 넣어주는 느낌이 든다.
각자 방법을 달리할 수 있겠지만, 먼저 번역본을 한 번 빠르게 읽고, 다음에는 원문만 놓고 읽고, 마지막으로는 원문만 놓고 직접 번역해서 원고로 작성해 보기를 권한다. 눈으로만 읽어서는 다 아는 듯하지만, 직접 번역 원고로 작성하면 놓친 부분도 깨치게 된다.
게다가 〈동호문답〉을 읽으면 조선 200년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여 조선전기사를 잘 공부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가 제시한 개선안이 이후 300년 조선 역사를 관통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전번역원에서 원문과 번역문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http://db.itkc.or.kr/inLink?DCI=ITKC_BT_0201B_0130_010_0010_2009_001_XML
한국고전종합DB
db.itk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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