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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합스부르크로 재미 본 국립박물관 또 서양미술전, 이번엔 내셔널갤러리

by taeshik.kim 2023.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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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은 동맥경화였다. 정체상태였고 더 엄밀히는 퇴보하는 징후가 뚜렷했으니 무엇보다 MZ세대한테서 버림받는 징후가 뚜렷해서 관람객은 쪽수만 많았지, 것도 내실 따져보면 허수가 너무 많은 데다 관람층도 따지고 보면 숙제하러 오는 얼나들과 중장년층으로 너무나 극심히 갈렸다.

종래 박물관이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던 고고와 고고미술 그 어떤 것도 백약이 무효라 누가 이 고리타분함을 맘 편히 즐긴단 말인가? 고고미술이라면 괜히 내가 공부를 해야 할 듯한 그 압박이 박물관을 더 궁지로 몰아넣었다.

 

국립박물관이 준비하는 또 하나의 서양미술 블록버스터 전



박물관은 그 태생으로 보면 루브르가 대표하는 미술품과 고고품 융합주의 대륙주의 계통과 고고와 미술을 분리해서 전자를 뮤지엄이라 하고 후자를 갤러리라 해서 분별하는 브리티시 뮤지엄 중심 영국주의로 대별한다.

한국은 영국주의를 고수했으니 그리하여 고고미술은 박물관이 맡고, 미술품은 미술관이 분점하는 전통을 고수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박물관이 판판이 깨진 것이다. 마침 미술 바람이 불어 대거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미술품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박물관은 위기감이 더 고조되어 갔다.

박물관이 어찌할 것인가? 아직 판단은 섣부르나 브리티시 뮤지엄주의를 폐기하고 루브르주의로 돌아선 징후가 노골로 감지된다. 간단히 말해 모나리자 하나로만 연간 천만 관객은 너끈히 불러들이는 미술관 중심주의로 돌아선 것이다.

그런 변화를 준비하는 박물관으로서는 무시 못할 경험이 있으니 바로 김영나의 유산이었다.

초대 국박관장으로 장기독재한 김재원 딸 김영나는 당시 서울대 현직교수이자 서양미술사 전공으로 25년을 집권한 아버지에 견주어서는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아니하나, 아버지 후광을 등에 업고는 관장직에 임명되더니 장장 6년인가를 관장으로 재직하면서 박물관의 미술관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른바 블록버스터 전시로는 모조리 서양미술을 들고 나왔으니 이것이 이른바 대박을 쳤다.

이 모습을 박물관 내부에서는 몹시도 씁쓸하게, 그러면서도 미묘하게 바라보았으니 한편으로는 그들로서는 기존 고고미술로는 박물관이 더는 설 땅이 없음을 처절히 절감하는 한편, 이건 주로 수뇌부에 해당하지만 그들한테는 오직 대박만이 중요했으니 미술이 장사가 된다는 사실을 절감한 기회이기도 했다.

미술, 특히 서양미술로 돌아선 김영나를 그들은 비난했지만 그렇게 비난하던 그들도 막상 권력을 잡으면 미술로 미술로 달려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 역시 김영나가 박물관에 어떤 유산을 넘겨줄지 당시에는 섣불리 예단을 하지 못했지만, 그가 물러나고 대략 10년이 된 지금 돌아보니, 김영나야말로 싫건 좋건 박물관의 체질을 근간에서 바꾼 혁명아였다. 

올들어 이미 합스부르그왕가 미술전으로 초대박을 친 박물관이 이번에는 영국 내셔널갤러리를 들고 나온다. 이쯤이면 국립박물관은 아주 간판을 국립미술관으로 바꿔야 할 판이다.

 

 


이름하여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합스부르그로 톡톡히 재미본 여세 몰아 벌써부터 홍보에 열을 올린다. 얼리버드 입장권을 판매한다 하고 난리가 아니다.

이 전시는 6월 2일 개막해 10월 9일까지 계속하는 걸로 안다.

카라바조 <도마뱀에 물린 소년(1594-95년)>을 필두로 보티첼리, 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푸생,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렘브란트, 고야, 터너, 컨스터블, 토머스 로렌스,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갱, 반 고흐 등 서양 미술 거장 명화 52점을 가져온댄다.

르네상스시대 회화부터 관람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인상주의 회화까지, 서양미술 명작을 통해 미술의 주제가 신으로부터 사람과 우리 일상으로 향하는 모습을 조명한다고 말하는데 저들 이름만으로 전시장은 미어터질 듯한 예감을 한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 수교를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고 선전한다. 하긴 이런 이벤트를 팔았으니 박물관이 이런 자리를 마련하는 명분을 제공하지 않았겠는가? 

이런 서양미술 경도를 박물관이 박물관 본령을 버린 징후로 고 비난할 수는 없다고 본다.

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미술이 따로 있고 고고미술이 또 따로 있겠는가? 또, 서양이 따로 있고 동양이 따로 있겠는가? 

다만, 당장에 관람객이 몰리고 또 그 관람층 상당수가 박물관이 그렇게 끌어들이고자 하는 MZ 세대라 해서, 그 본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 고고미술이 혹 곁다리처럼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런 우려들은 박물관 사람들이 잘 짚어서 대비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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