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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후끈후끈 자루까지 뜨거분 다리미, 가끔 인두로 지져도 주고

by taeshik.kim 2023.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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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신어世說新語》 챕터 20은 제목이 숙혜夙惠라, 글자 그대로는 조숙한 지혜라는 뜻이어니와, 그에 걸맞게 이에는 어린 시절 조숙함을 선보인 사람들 이야기를 모았으니,  당나라 시대 판본에서는 夙慧라 썼지만, 결국 같은 뜻이다. 

이에 다섯 번째로 수록된 일화가 한강백韓康伯 어린시절 이야기라, 이에 다리미가 보인다.

생몰년이 알려지지 않은 한강백은 이름을 백伯이라 했으니 형제간 중에서도 아마도 두 번째였을 듯하고 강백康伯은 字라, 지금의 하남河南 장갈長葛 서쪽 영천潁川 장사長社사람으로, 동진東晉시대 노장老莊에 뿌리박는 현학玄學을 현창한 사람이다. 저술로 《역계사전주易繫辭傳注》가 있다. 

아래 일화에서 엿보이듯이 어린시절부터 총명했지만, 집안이 가난해서 고생 좀 했으며 죽마고우라는 일화를 낳은 은호殷浩라는 사람이 그의 외삼촌이다. 아래 그의 어머니 은씨殷氏가 보이는데, 바로 그 형제다. 

 
한강백韓康伯이 몇 살 안 되었을 적에 집이 지독히도 가난해서 대한大寒이 되었지만 걸친 옷은 襦 뿐이었다. 그의 어머니 은부인殷夫人이 직접 그걸 만들면서 강백한테는 위두熨斗(다리미)를 쥐게 하고는 강백한테 말하기를 "잠깐만 웃도리[襦]를 걸치고 있으면 아랫도리[㡓]를 만들어주마"라고 하자, 아이가 말하기를 "이걸로 됐으니 바지[㡓]는 필요가 없습니다"고 하니, 어미가 그 까닭을 물으니 답하기를 "불이 다리미 안에 있으니깐 자루까지 뜨겁습니다. 지금 웃도리[襦]를 걸쳤는데 아랫도리도 당연히 따뜻해지겠지요, 그래서 필요없는 것입니다"고 하니 어미가 그를 기이하게 여기며 나라의 동량이 될 것임을 알았다.   

韓康伯數歲,家酷貧,至大寒,止得襦。母殷夫人自成之,令康伯捉熨斗,謂康伯曰:「且箸襦,尋作復㡓。」兒云:「已足,不須復㡓也。」母問其故?答曰:「火在熨斗中而柄熱,今既箸襦,下亦當㡓,故不須耳。」母甚異之,知為國器。


校文
「康伯」下唐本有「年」字。
「㡓」 唐本俱作「褌」。
「而柄熱」 唐本「柄」下有「尚」字。

《康熙字典》 裩 褌   
【唐韻】古渾切【集韻】【韻會】公渾切,音昆。【說文】幒也。【廣韻】褻衣。【廣雅】襣㡓也。【又】楚人謂㡓曰。【說文】或作褌。【類篇】或作。
 
앞 일화는 襦[유]와 곤㡓[곤]이라는 옷감을 의미하는 두 말로써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이를 다리미에 견주어 자루와 몸통으로 본다.

엄마가 아들을 위해 어디선가 구한 직물 천으로 대강 가시개 같은 것으로 자르고 실로 꿰매어 먼저 襦[유]를 만들고선, 그 다음으로 나머지 천 조각으로 곤㡓[곤]을 만들어 줄 요량이었다. 

그렇게 만든 다음, 혹은 만드는 과정에서 꾸깃꾸깃한 천조각들은 펴야 했으니, 이를 위한 용도로 다리미를 대령한 것이다. 

편의상 襦[유]를 웃도리, 곤㡓[곤]을 아랫도리라 했지만, 전자는 몸통에 걸치고 후자는 다리 쪽에 걸치는 것이라 썩 본의를 훼손했다고는 볼 수 없다. 흔히 전자를 저고리라 하고 후자를 잠방이 정도로 보는 모양이다. 

원문 교감에서도 엿보이듯이 㡓이라는 글자를 당본唐本에서는 발음도 음도 같은 褌이라는 글자로 썼는데, 나는 이 당본 표기가 맞다고 본다.

앞에서 襦를 썼으면, 그에 상대하는 말도 그에 어울리게 衣를 같은 부수로 활용한 말로 대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㡓이라는 글자를 쓸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저 일화를 보면 저 집안에서 쓴 다리미가  자루를 몸통과 같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았나 하는 심증이 있다.

다리미 자루는 나무를 박아 쓰기도 하지만, 또 이 경우에도 몸통에서 전달하는 화기가 전달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래도 금속제의 그것이 주는 묘한 열기랑 나무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무령왕릉 출토 다리미라, 보다시피 자루까지 같은 금속 재질이다. 숯을 올리는 몸통에 연결된 부분을 보면 별도로 제작해 자루는 이어붙였음을 본다. 당연히 그래야지 않겠는가? 

이런 실물을 보면서 우리는 저 일화를 비로소 체감한다. 다리미를 쓰기 위해서는 화로가 있어야 한다. 물론 저에서 말하는 이야기 전개 무대는 방안이다.

천이 잘 펴지려면 물을 뿌려야 했으니 어린시절 입으로 엄마가 뿌리는 모습이 그리 테크니션하게 보일 수 없었다.

저에서 말하는 이야기가 나 같은 사람한테는 무척이나 친숙한데 저런 일을 어릴 적 집에서 겪었기 때문이다.

왜 꼭 저런 일은 얼나들 시켜서 했는지 모르겠다.

저런 일엔 필수로 화로와 인두가 필요한 법인데 인두로 지진다고 할 때 그 인두요 낙인 찍힌다 할 때 쓴 그 인두다.

벌겋게 달군 인두가 어른어른한다. 장난 중 최고는 불장난이다. 오죽 불장난이 많았으면 그거 하면 오줌 싼다 했겠는가?


아래를 함께 읽어보자. 

 
뜨겁게 달군 인두도 휴식이 필요하다
 

뜨겁게 달군 인두도 휴식이 필요하다

인두는 쇠 부분을 불에 달구어 천의 구김을 눌러서 펴거나 옷의 솔기를 꺾어 누르는 데 사용합니다. 다리미 랑 기능이 비슷하지요. 인두는 불에 달구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화로에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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