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야, 너도 야망이라는 게 있냐?"
느닷없는 질문에 대포 한 잔 빨던 A가 잠시간 머뭇하다 이리 답한다.
"있죠. 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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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한데 널 지켜본지 십년이 넘어 이십년을 향하는데 왜 야망이라는 게 내 눈엔 안 보이지?"
"그리 보일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저라고 왜 야망 혹은 욕심이 없겠어요? 있어요."
"그래? 네 야망은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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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공부한 거 박물관에서 구현해 보고 싶죠. 저라고 왜 보고 들은 게 없겠어요? 그에서 느낀 것들을 제대로 구현해 보고 싶죠. 다만, 그 꿈을 펼칠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아 저도 조금 답답할 뿐이죠."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다. 난 너가 야망도 없이 사는 줄 알았다. 절박? 이런 걸 너한테 느끼지 못해서 물어본 거다."
"왜 저라고 절박함이 없겠어요? 그건 단장님이 잘못 보셨거나, 아니면 제가 그리 보였을 뿐이겠죠. 저도 욕심 있어요. 야망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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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가 주어진 대로 크게 만족은 못하겠지만, 그런대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줄만 알았다. 꿈이 있다니 다행이다 싶다. 그 꿈도 펼치지 못하고 스스로 주눅 들어 사그라져 가는 친구가 오죽 많으냐? 너도 그저 그런 사람으로 전락해 가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야망이 있다니 다행이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안심한다."
"왜요? 저 어디 취직시켜 주실 데 있으세요?"
"내가 그럴 힘이 있겠냐? 다만, 그럴 힘이 혹여라도 있거나 내게 생긴다면, 첫째 나는 절박하지 않은 사람은 쳐다도 안 보고, 둘째 야망이 없는 친구는 거들떠도 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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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언제나처럼 쪼잘쪼달대는 A한테 대작이랍시며 못 마시는 술도 기울이며 더러 짱구쳤다.
다시 한 시간쯤 흘러 또 대뜸 물었다.
"너 돈 벌고프냐?"
"네, 당연히 벌고 싶죠. 솔직히 말씀드려요? 무지 벌고 싶어요."
"그래? 나는 너가 돈에 궁하다는 느낌은 지난 십년간 한 번도 못 받았다."
"네, 저도 벌고 싶어요. 벌어서 단장님 맛난 거 많이 사드릴께요 호호호"
"그래? 난 그 딴 거 필요없고, 너가 진짜로 돈 벌거덜랑, 또 혹 내가 그에 도움이 됐다 싶거덜랑 밥 사지 말고 법카 하나 주면 된다. 상한선 없는 법카. 으흐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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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잇거 드릴께요 호호호"
폭설이라던 눈이 비실비실 흐물흐물 그치고 깊어 가는 밤
이 애타는 청춘, 혹은 그것을 지나는 A를 보며 내 가슴이 조금은 쓰린데 대병 한 병이 스멀스멀 바닥을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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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친구들이 꿈을 펼치고 그래 돈도 버는 세상, 그런 세상은 오기는 하려나?
취기 때문인지 밖을 나서는 A가 춥다 오돌오돌이더라.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세상은 춥다. 것도 졸라 춥다."
#꿈 #야망 #절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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