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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K헤러티지의 갈 길] 한국의 발굴시스템 자체가 상품이다

by taeshik.kim 2023.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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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한국문화유산협회(한문협) 서영일 체제 출범 직후 서 회장한테 여러 번 요구한 사안이나, 그래 꼭 한문협일 필요도 없고, 그렇다 해서 국립문화재연구원이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같은 국가기관이 할 수도 있겠고, 실제로 이들 기관을 중심으로 실로 막대한 홍보가 이뤄지기는 하지만, 난 후자가 나서는 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 저런 국가기관이 손 대면 같은 주제 소재라 해도 꼭 국정홍보물로 둔갑하며, 둘째 그것이 필연적으로 민간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두 번째가 특히 중요하다고 나는 보는데, 요새 저짝에서 만드는 영상 품질 좋다는 거 내가 인정한다. 그만큼 인적 물적 투하를 하기 때문인데 문제는 그것이 민간 영역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왜 저런 영역까지 관이 침범한단 말인가? 저런 홍보물까지 관이 잡아먹어버리면 저걸로 먹고 살아야 하는 민간은 도대체 뭘로 먹고 살아야 하는가? 그건 민간에 대한 관의 침탈이다. 

이 점에서 결국 나서야 햐는 데는 그 재원이 설혹 세금이라 해도 민간이다. 따라서 나는 문화재청이 국립문화재연구원이나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를 통해 수행하는 관 주도 홍보물 제작은 과감히 민간에 넘겨주어야 한다고 본다. 

예서 관건은 저 한문협인데, 왜 한문협이 중요한가?

내가 자세한 통계치를 댈 수 없으나, 지금 고고학 발굴시장 90% 이상은 민간법인이 수행한다. 국가기관으로는 국립문화재연구원과 산하 지방문화재연구소 정도가 있을 뿐이며, 국립박물관은 아예 발굴에서 손을 뗐고, 공공 영역에서는 상주시 산하 공립기관인 상주박물관 정도만 남았을 뿐이니, 아마 거의 모든 발굴은 민간이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친 김에 나는 국립문화재연구원과 그 산하 지방연구소가 직접 수행하는 고고학 발굴도 완전히 손을 떼게 해야 한다고 본다. 왜 민간 영역을 관이 침범한단 말인가? 민간이 할 수 있는 저런 직접 사업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고 연구원 연구소는 문화재 전략을 수립하는 국책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그 민간 발굴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이익단체로 만들어 놓은 데가 한문협이라, 이 한문협은 현재 조직 구조를 보면 이 회원기관 이익단체성 업무가 절반이요, 나머지 절반은 문화재청 위탁 사업이다. 

이 한문협을 두고, 협회 성격이 어찌해야 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는 줄로 알며,  그런 논란들이야 이 자리에서는 논점이 빗나가니 제껴두기로 하고, 문제는 한문협이 나아가야 하는 한 방향 중에 바로 내가 제기하는 저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문협, 혹은 그것을 구성하는 회원기관들은 K-헤러티지 활성화와 관련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개중 하나로 나는 저 일을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본다. 

내가 매양 말하지만, 한국고고학이 언제까지 내국 시장에 안주하며, 토기 편년이나 따지고, 맨날맨날 성벽 축조기술이나 파헤치는 일을 해야겠는가? 뭔가 지구촌을 향해 이것이 한국고고학이라고 발신할 콘텐츠가 있어야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무엇을 발신할 것인가? 




개중 하나로 나는 매양 저 한국의 발굴시스템 자체를 팔아먹으라 한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이른바 고고학도라는 사람들은 매양 자랑하기를, 발굴기술에 관한 한 우리가 세계 최고라는 그런 자부심은 있다고 본다. 그래 내가 봐도 그렇다. 하도 파제끼니 이 발굴기술만큼은 끝내 준다. 그렇다고 발굴기술을 팔아먹을 것인가?

그 기술은 내 보기엔 하나도 상품성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팔아야 하는가? 바로 한국의 발굴시스템 그 자체가 거대한 상품이다. 

한국의 고고학 발굴이 어떤 법적 제도적 장치 아래 어떤 과정을 거쳐 계획이 수립되며,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실제 발굴이 이뤄지고, 그렇게 수행한 발굴성과는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정리되는지, 이 자체가 거대한 상품이다. 

이걸 팔아먹어야 한다. 지구촌 고고학계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며, 그런 까닭에 이것이야말로 나는 세계에 자신있게 내놓을 한국의 발굴상품이라 본다. 이걸 다름 아닌 한문협이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그 홍보 양상을 볼짝시면 이것도 기가 차서, 콘텐츠라 할 만한 것은 눈꼽만큼도 없고, 지들끼리 안부장 전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남들은 알 필요도 없는 잡다한 그네들 일상을 왜 국민이 알아야 하는가? 그런 건 단톡방에서나 해라. 

나아가자. 제발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 이제는 생명도 다한 집안 환갑잔치를 K팝 콘서트라 선전하는 시대 지났지 아니한가? 

 

*** 

 

이는 K-헤러티지 산업화 문제와 관련 논점을 유지한 까닭에 그 관점에서 접근했지만, 다른 중요한 문제가 착종했다. 이 문제는 앞으로 계속 제기할 것이며, 이번에 다루지 못한 문제들은 그런 자리들을 통해 짚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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