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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55

불사不死를 꿈꾸며 한시, 계절의 노래(151) 꿈속(夢中) 당 사공도(司空圖) / 김영문 選譯評 사랑하는 이 몇이나이 세상에 남아 있나 노을 사다리 타고 올라만났다 돌아왔네 봉래산 영주산을길이길이 사들여서 우리 가족 함께 터 잡아고향 산천 삼으리라 幾多親愛在人間, 上徹霞梯會却還. 須是蓬瀛長買得, 一家同占作家山. 정말 몇 명 남지 않았다. 1953년 휴전협정 이후로 계산해도 헤어진 지 벌써 65년째다. 그 해에 태어난 자녀가 있다면 올해 우리 나이로 66세가 된다. 그럼 그 부모의 연세는 어떻게 되나? 헤어질 때 최소한으로 잡아 20세였다 해도 무려 86세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장에 나온 최고령 어르신이 101세 할아버지이고, 그 다음이 99세 할머니다. 난리로 헤어진 자식을 만나려고 저렇듯 끈질긴 삶을 이어오신 듯하다. .. 2018. 8. 25.
타들어가는 대지 한시, 계절의 노래(142) 정원 연간 가뭄(貞元旱歲) 당 마이(馬異) / 김영문 選譯評 뜨거운 땅 염천 도성한 치 풀도 안 남았고 온갖 시내 물이 끓어물고기를 삶는구나 만물 불타 스러져도구해주는 사람 없어 옛 『상서(尙書)』 세 편에눈물을 뿌리노라 赤地炎都寸草無, 百川水沸煮蟲魚. 定應燋爛無人救, 淚落三篇古尙書. 정원(貞元)은 당나라 덕종(德宗)시대 연호다. 정원 19년(803년)에 큰 가뭄이 들어 곡식이 모두 말라죽었다. 이 시는 바로 당시의 참상을 보여준다. 문학적 과장은 있지만 강물이 끓어 물고기가 삶길 정도라 했으니 얼마나 극심한 가뭄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마지막 부분 『상서』에 눈물을 뿌린다는 구절에도 그 옛날 유명한 가뭄과 기우제에 관한 고사(故事)가 포함되어 있다. 상(商)나라 탕왕(湯王)은.. 2018. 8. 16.
푸르디푸른 물속 부들 한시, 계절의 노래(113) 청청수중포 세 수(靑靑水中蒲三首) 중 첫째 당 한유(韓愈) / 김영문 選譯評 푸르고 푸른물속 부들 그 아래물고기 한 쌍 그대 지금 농(隴) 땅으로 떠나면 나는 여기서누구와 살아요 靑靑水中蒲, 下有一雙魚. 君今上隴去, 我在與誰居. 한유는 시보다 문장으로 더 유명한 학자다. 안사의 난(安史之亂) 이후 유종원(柳宗元)과 함께 중당의 고문운동(古文運動)을 이끌었다. 위진남북조 이래로 공허하고 화려한 변려문(騈儷文)이 유행하자 한유는 “문장으로 성현의 도를 담아야 한다(文以載道)”고 강조하며 한나라 이전의 질박하고 실질적인 고문 전통을 회복하자고 주장했다. 이 시도 그런 영향 때문인지 『시경』과 초기 오언고시의 기미가 짙게 배어 있다. 우선 첫째 구와 둘째 구에서는 물속에서 자라는 부.. 2018. 7. 16.
연꽃 훔쳐 돌아가는 아가씨 한시, 계절의 노래(112) 못가에서 절구 두 수(池上二絕) 중 둘째 당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아리따운 아가씨작은 배 저어 흰 연꽃 훔쳐서돌아가는데 자신의 자취를감출 줄 몰라 부평초 뜬 곳에길 하나 여네 小娃撑小艇, 偸采白莲回. 不解藏踪迹, 浮萍一道开. 한시는 의상(意象)을 중시한다. 의상은 일종의 이미지이지만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시인의 주제 의식과 사물의 형상이 일체화된 이미지다. 특히 한시 중에서도 가장 짧은 형식인 절구는 오언이 20자, 육언이 24자, 칠언이 28자로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극도로 정제된 시 형식이다. 따라서 절구는 의상 중에서도 가장 압축적인 의상을 그려낸다. 마치 스냅 사진을 찍듯이 어떤 풍경이나 대상의 가장 특징적인 장면을 포착해야 한다. 그림 같은 이미지 속에 시인이.. 2018. 7. 16.
붉은 노을 마주하며 황혼을 생각한다 한시, 계절의 노래(101) 낙유원에 올라(登樂遊原) 당 이상은(李商隱) / 김영문 選譯評 저녁 무렵 마음이울적하여 수레 몰아 낙유원에올라가네 석양은 무한히아름다우나 다만 황혼이가까워오네 向晩意不適, 驅車登古原. 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 낙유원은 중국 당나라 장안성(長安城) 남쪽 8리 지점에 있던 유명 관광지다. 한나라 때 조성되었고 그 일대에서 가장 전망이 좋아 도성 남녀가 즐겨 찾는 산보 코스였다. 우리 서울로 치면 딱 남산에 해당한다. 만당(晩唐) 대표 시인 이상은은 저녁이 가까워올 무렵 마음이 울적하여 수레를 타고 이 유서 깊은 전망대에 올랐다. 지는 해는 마지막 햇살로 서편 하늘을 찬란하게 물들였다. 그는 울적한 마음을 풀고자 낙유원에 올랐지만 찬란한 노을을 바라보며 오히려 황혼의 비애에 젖는다.. 2018. 7. 2.
임호정에서 한시, 계절의 노래(95) 임호정(臨湖亭) 당 왕유 / 김영문 選譯評 가벼운 배로좋은 손님 맞으러 여유롭게호수 위로 나왔네 정자 마루에서술동이 마주하니 사방 호수에연꽃이 피네 輕舸迎上客, 悠悠湖上來. 當軒對尊酒, 四面芙蓉開. 왕유는 성당(盛唐) 산수전원파의 대표 시인이다. 그는 개원(開元) 말년 망천(輞川)에 은거하여 그곳 산수와 혼연일체가 된 삶을 살았다. 그곳의 삶을 읊은 시가 그의 대표작 『망천집(輞川集)』 20수다. 앞에서 읽어본 「죽리관(竹里館)」이나 「녹채(鹿柴)」도 『망천집』 20수에 들어 있다. 북송의 대문호 소식이 왕유의 시와 그림을 평하여 “마힐의 시를 음미하면 시 속에 그림이 있고, 마힐의 그림을 감상하면 그림 속에 시가 있다(味摩詰之詩, 詩中有畫, 觀摩詰之畫, 畫中有詩.)”라고 했는.. 2018.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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