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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55

한 송이 꽃에 깃든 연화장세계 한시, 계절의 노래(90) 시로 지은 게송(詩偈) 열 번째(其十) 당 방온(龐蘊) / 김영문 選譯評 일념으로 마음청정해지니 곳곳마다 연꽃활짝 피누나 한송이 꽃 모두하나의 정토 하나의 정토에는한 분의 여래 一念心淸淨, 處處蓮花開. 一華一淨土, 一土一如來. 화엄(華嚴)의 세계는 찬란하다. 만발한 온갖 꽃이 광대무변한 이 세계를 장엄하게 수놓는다. 분별과 대립이 사라진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다. 부처님의 지혜가 가득 차 있어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가 찬란한 불성을 꽃피운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모래 한 알, 잎새 하나에도 모두 신성한 불성이 깃들어 있다. 연꽃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물 속에서 뿌리를 연결하고 기맥을 잇듯이 이 모든 사물은 무한한 인과 관계에 의해 하나로 연결된다. “하나가 곧 .. 2018. 6. 27.
옥문관을 넘지 못하는 봄바람 한시, 계절의 노래(83) 양주사(凉州詞) [唐] 왕지환(王之涣) / 김영문 選譯評 황하는 저 멀리흰 구름 사이로 오르고 한 조각 외로운 성만 길 산에 우뚝 섰네 오랑캐 피리 하필이면「버들 노래」로 슬퍼하나 봄바람은 옥문관을넘지도 못하는데 黃河遠上白雲間, 一片孤城萬仞山. 羌笛何須怨楊柳, 春風不度玉門關. 당시(唐詩) 중에서 변방의 애환, 고통, 고독, 용기, 기상 등을 읊은 시를 변새시(邊塞詩)라고 한다. 왕지환(王之渙), 왕창령(王昌齡), 고적(高適), 잠참(岑參) 등이 이 시파에 속한다. 이 시를 읽으면 우선 첫 구절에서 특이한 느낌을 받게 된다. “황하가 저 멀리 흰 구름 사이로 올라간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백의 「장진주(將進酒)」 첫 구절과 방향이 정 반대다. “그대는 .. 2018. 6. 20.
멱라수 던진 굴월을 추억하며 한시, 계절의 노래(81) 단오(端午) [唐] 문수(文秀) / 김영문 選譯評 단오 명절 이야기뉘에게서 시작됐나 오랜 세월 전해오길굴원 위한 날이라네 부질없이 넓고 넓은초나라 강물 우스워라 곧은 신하 원혼을씻어주지도 못하는 걸 節分端午自誰言, 萬古傳聞爲屈原. 堪笑楚江空渺渺, 不能洗得直臣冤. 음력 5월 5일은 단오절이다. 달과 날에 양수(陽數)인 5자가 겹치므로 양기(陽氣)가 충만하다고 여겨 각종 벽사(辟邪) 의식이 행해졌다.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보면 단오날 창포 잎이나 궁궁이 잎을 옷에 꽂고 다녔다. 두 식물 모두 향기가 짙어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고 했다. 또 동네 큰 나무에 군디(그네)를 매고 뛰었다. 중국에서는 벽사 의식에다 전국시대 초나라 충신 굴원을 애도하는 행사가 함께 열린다. 굴원이 억울하게.. 2018. 6. 19.
서역에선 누가 대작해 주겠나? 한시, 계절의 노래(75) 안서로 가는 원이를 배웅하다(送元二使安西) 당 왕유 / 김영문 選譯評 위성 아침 비에티끌이 젖어 객사 버들 빛새로 푸르네 다시 한 잔 남김 없이다 마시게 서쪽 양관에 가면벗도 없으니 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 아침부터 보슬보슬 비가 내린다. 객사를 둘러싼 버드나무는 비를 맞고 더욱 애잔한 초록빛을 드러낸다. 빗속에 변방으로 벗을 보내야 하는 아침이다. 두 벗은 단촐하게 이별주를 마시며 아득한 보슬비를 바라본다.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른바 절제의 미가 높은 수준에 도달한다. 아침 비는 통곡하듯 퍼붓지 않고 가벼운 먼지를 적실 정도로 보슬보슬 내린다. 벗을 잡고 싶지만 버들 류(柳) 자 하나로 에둘러 마음을 표현했다. 버들.. 2018. 6. 13.
연잎을 헤집는 물오리 한시, 계절의 노래(73) 절구, 감흥이 일어 끄적이다. 아홉 수(絕句漫興九首) 중 일곱째 당 두보 / 김영문 選譯評 버들 솜 길에 뿌려하얀 융단 깔아놓고 시내 연잎 동글동글푸른 동전 겹쳐놨네 죽순 뿌리에 꿩 병아리보는 이 하나 없고 모래톱 위 오리 새끼엄마 곁에 잠들었네 糝徑楊花鋪白氈, 點溪荷葉疊靑錢. 筍根雉子無人見, 沙上鳧雛傍母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두보의 대표작들은 실은 내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 시를 읽고 뜨거운 그 무엇이 치밀어 올라 한동안 목이 메었다. 두보는 천하가 아직 안록산(安祿山)의 난으로 도탄에 빠져 있을 때 이 시를 썼다. 전란 속 성도(成都) 초당의 작은 평화는 얼마나 소중했을까? 버들 솜처럼 떠돌던 생명의 기(氣)는 동글동글 연잎으로 모이고, 다시 더욱 단단하게 .. 2018. 6. 11.
비류직하 삼천척 한시, 계절의 노래(72) 여산폭포를 바라보며(望廬山瀑布)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태양이 향로봉 비춰보랏빛 연기 일고 저 멀리 보이는 폭포앞 계곡에 걸려 있네 휘날리는 물살이삼천척 내려 꽂히니 은하수가 하늘에서떨어지나 의심하네 日照香爐生紫烟, 遙看瀑布掛前川. 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 보랏빛 안개가 피어오르고 은하수가 폭포 되어 쏟아지는 곳은 어디인가? 그곳은 바로 선계(仙界) 즉 신선이 사는 세계다. 보랏빛 안개는 어디서 피어오르는가? 향로봉이다. 여산 향로봉이 거대한 향로가 되어 보랏빛 향 연기를 피워올린다. 그 곁에는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은하수가 하얀 비단처럼 걸려 있다. 이처럼 거대한 향로를 피우고, 거대한 비단을 걸어놓을 수 있는 주인공은 누구인가? 천상의 조물주거나 선계의 신선이다. .. 2018.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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