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당시55 꽃봄 다 갔다 하지 말라 한시, 계절의 노래(68) 채련곡(采蓮曲) 당(唐) 하지장(賀知章) / 김영문 選譯評 회계산 안개 걷혀우뚝 솟았고 경수엔 바람 없어도저절로 물결 봄이 가서 화사한 꽃다 졌다 말라 따로이 물 속에서연꽃 따나니 稽山罷霧鬱嵯峨, 鏡水無風也自波. 莫言春度芳菲盡, 別有中流采芰荷. 회계산(會稽山)과 경수(鏡水)는 모두 지명이다. 지금의 중국 저장성(浙江省) 샤오싱시(紹興市)에 있다. 경수는 현재 젠후(鑑湖: 감호)로 불린다. 하지장은 두보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 첫머리에 등장한다. “하지장이 말을 타면 배를 탄 듯한 데, 어질어질 우물에 떨어져 물 속에서 잠을 잔다(知章騎馬似乘船, 眼花落井水底眠)”는 대목이 그것이다. 그는 무측천(武則天) 때 장원급제한 천재였고 구속 없는 미치광이 행동으로 한 세상을 풍미했다.. 2018. 6. 9. 동심초로 맺은 사랑 한시, 계절의 노래(67) 춘망사 네 수(春望詞四首) 중 셋째 당(唐) 설도(薛濤) / 김영문 選譯評 꽃잎에 바람 불어늙어가는데 아름다운 기약은아득하여라 님과 나 한 맘으로맺지 못하고 하릴없이 동심초만맺고 말았네 風花日將老, 佳期猶渺渺. 不結同心人, 空結同心草. 설도는 조선의 황진이에 비견할 만한 당나라 여류 시인이다. 그는 대략 768년에 태어나 중당 시기에 활동했고, 황진이는 조선 중종(재위, 1506~1544) 때 사람이므로 거의 800년에 가까운 시차가 있다. 설도와 황진이 모두 기녀였으며 시서(詩書)와 가악(歌樂)에 능했다. 이 시는 우리에게 ‘동심초’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아름다운 원작에다 뛰어난 번역이 더해졌을 뿐 아니라 애잔한 곡조까지 보태져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 2018. 6. 8. 합격은 다 좋아, 째지는 기분 한시, 계절의 노래(61) 과거 급제 후(登科後) 당(唐) 맹교(孟郊) / 김영문 選譯評 지난날 비루한 삶내세울 게 없었는데 오늘 아침 팔자 펴서생각 또한 거침 없네 봄바람속 득의만만말발굽 치달리며 장안 모든 꽃을하루만에 다 보았네. 昔日齷齪不足誇, 今朝放蕩思無涯. 春風得意馬蹄疾, 一日看盡長安花. 중국 송(宋)나라 문호 소식(蘇軾)은 중당(中唐) 시인 맹교와 가도(賈島)의 시를 평하여 “맹교는 춥고 가도는 야위었다(郊寒島瘦)”라고 했다. 두 시인 모두 고통스러울 정도로 시어를 깎고 다듬는 것으로 유명했고, 처지 또한 불우했다. 하지만 이 시를 읽어보면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과거에 급제하여 기뻐 날뛰는 모습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하긴 후세에 시성(詩聖)이라 불린 두보도 끝내 과거에 급제.. 2018. 6. 5. 하늘하늘 피어오르는 침향 한시, 계절의 노래(58) 귀공자의 한밤중 노래(貴公子夜闌曲) 당(唐) 이하(李賀) / 김영문 選譯評 하늘하늘 침향 연기피어오르고 까마귀 울어대는한밤중이네 굽은 못엔 연꽃이물결 이루고 허리에 찬 백옥 띠는차가워지네裊裊沉水煙, 烏啼夜闌景. 曲沼芙蓉波, 腰圍白玉冷. 중국 당나라 시인 이하를 흔히 시귀(詩鬼)라 부른다. 이백을 시선(詩仙), 두보를 시성(詩聖), 왕유를 시불(詩佛)이라 부르는 것에 비교해보면 매우 그로테스크한 별명이다. 시를 귀신같이 잘 써서 그렇게 불렀을까? 그런 면도 없지는 않지만 그의 시가 드러내는 귀기(鬼氣) 때문에 그런 호칭이 붙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리라. 그의 시 대부분이 위의 시와 같은 귀기에 둘러싸여 있다. 불우하게 살다가 27세에 요절한 이하는 어쩌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2018. 6. 3. 대숲이 머금은 절대고독 한시, 계절의 노래(56) 죽리관竹裏館 [당唐] 왕유王維 / 김영문 選譯評 그윽한 대 숲에나 홀로 앉아 거문고 타다가또 긴 휘파람 숲 깊어 다른 사람알지 못하고 밝은 달 다가와비춰주누나 獨坐幽篁裏, 彈琴復長嘯. 深林人不知, 明月來相照. 근대는 빛과 함께 왔다. 모든 빛(文明)은 어둠과 야만을 적대시한다. 우리는 밤을 몰아낸 찬란한 빛 속에서 산다. 그윽하고[幽] 깊은[深] 대숲[竹林]은 사라진지 오래다. 죽림에 숨어 살던 현인들도 이제는 만날 수 없다. 혼자 태어나 혼자 죽으며 하나의 생명만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절대적으로 고독한 존재다. 현대인은 자신의 고독을 보듬기 위해 산으로 강으로 몰려 가지만 이제 우리 산천 어디에도 고독을 음미할 장소는 없다. 산도 강도 욕망에 굶주린 암수 군상들의 시끄러운 캬바.. 2018. 6. 3. 외진 모래톱에서 춤추는 고니 한시, 계절의 노래(55) 절구 여섯 수(絕句六首) 중 첫째 당(唐) 두보 / 김영문 選譯評 태양은 사립 동쪽강에서 뜨고 구름은 집 북쪽뻘에서 이네 대나무 높이 자라비취새 울고 모래톱 외지니고니 춤추네 日出籬東水, 雲生舍北泥. 竹高鳴翡翠, 沙僻舞鵾雞. 한시에서 시인의 주관적인 감정을 자연 속 사물에 의탁하는 방법을 흥(興)이라고 한다. 자연을 통해 마음 속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뜻이다. 『시경』에 수록한 시에서 매우 빈번하게 쓰이기 시작한 수법이다. 그것은 은유일 수도 있고 상징일 수도 있지만 독자는 시인의 본래 의도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말하자면 시인의 주관과 독자의 주관이 자연이라는 객체를 매개로 무한한 상상 속에서 만나는 셈이다. 이와는 달리 묘사 대상을 직접 객관적으로 펼쳐서 써내는 방법은 부.. 2018. 6. 3. 이전 1 ··· 4 5 6 7 8 9 10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