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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직설 무령왕릉 추보》(1) 박물관 뜰의 쌀가마니

by taeshik.kim 2023.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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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립경주박물관장을 역임한 미술사학도 강우방 선생이 전화를 주셨다.

내가 무령왕릉 발굴기를 냈다는 소식을 접하시곤 "무령왕릉이라면 나도 증언할 게 있다"면서 얘기를 쏟아냈으니 이야기인즉 이러했다.

강 선생이 무령왕릉 발견소식을 접하기는 그날 석간 신문을 보고서라 했으니 7월 9일이다.




이때 그는 경주인가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대전에서 이 소식을 접하고는 냅다 송산리 고분군으로 달려갔댄다.

"내가 도착한 게 오전 8시쯤일 거예요. 한데 현장엔 아무도 없더라고? 이게 어찌된 일인가 했지. 무덤 바닥을 보니 빗자루 자국 비슷한 게 있더라고?"

그래서 다시 냅다 공주박물관으로 갔다고 한다. 한데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고 한다.

"박물관에 가서 보니 김영배 관장이랑 수위 달랑 두 명만 있어. 근데 말이오 박물관 마당을 봤더니 쌀가마니가 수북히 있더라고? 그걸 보니 맙소사, 무령왕릉에서 긁어다 놓은 유물이었어. 그때야 박물관 수장고가 있었나 뭐가 있었어? 그 꼴이었지"

이렇게 해서 발굴된 일부 유물은 청와대로 직행했다. 개중에 금동관이 있었을 것이다.

"금동관 말이오. 청와대로 가는 유물을 내가 쌌어. 근데 말이오 그렇게 포장한 유물을 김영배 관장이 고속버스 타고서 청와대로 가져갔어"

강 선생은 익히 알려졌듯이 무령왕릉 발굴단장 격인 삼불 김원룡과는 아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서울대 독문과에 재학하다가 고고인류학과로 옮겨 삼불 지도를 받았지만 적응을 못했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일 수 있을 터이니, 예컨데 강 선생 성정 탓일 수도 있고 또 뿌리깊은 배타주의 문화의 소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건 강 선생은 삼불 사단에 속하지 못하고 끝내 그와는 갈 길을 달리했다고 안다.

그런 까닭에 소위 정통 고고인류학과 출신인 안휘준 선생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고 안다.

저런 증언과 더불어 강 선생은 삼불이 무령왕릉에서 저지른 패착들을 비판했지만 그것을 옮기지는 않겠다.

삼불에 대한 추억이 워낙 좋지 않기에 그런 저간의 사정은 감안하면서 그의 증언은 꼽씹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6.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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