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자 했다가 피차한 사정으로 빠뜨린 곳은 나중에 꼭 후회한다.
크레타선 점 찍은 곳은 겉핥기나마 대략 섭렵하고 뜻하지 않은 곳도 방문목록에 추가했다.
동쪽에 있는 아주 작은 섬 스피날롱가Spinallonga라는 데는 결국 밟지 못했다.
근대 나환자촌을 필두로 주시할 문화현장이 제법 있다 하나 기약없이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낼 아침 일찍 로도스행 비행기를 타야하므로 오늘은 일정을 최소화하되 오전에 고르티나 고고학 유적 Archaeological Site of Gortyna 이란 데를 잠깐 다녀왔다.
그제 밟은 파이스토스 궁전 유적과 아주 가까운 지점이라 크레타 고고학 유적이라 하면 온통 미노아문명 관련인데 견주어 이곳은 특이하게도 로마시대 도시유적이다.
크레타 남쪽에 위치하며 주도 이라클리오에선 남쪽으로 대략 45킬로미터 지점이라 오가는 운전이 크게 부담은 되지 않는다.
고갯길을 한번 넘지만 우리네 대관령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어쩌다 막판에 이런 유적이 걸렸으니 막판에 걸렸다 함은 크게 중요성이 부각하지 않는 데라는 말과 같다.
나는 이라클리오 고고학박물관 로마조각실을 관람하다 그 절대 다수가 저곳 출토품임을 의아하게 여겨 추적하게 되었다.
왜 이곳이 크게 부각하지 않는지는 현장 방문을 통해 분명해졌다.
철조망 쳐놓고 그리스 정부가 발굴 복원정비란 걸 해놓고 돈을 받는 구간은 코딱지 만했다.
문제는 유적 포진 범위.
산 기슭 아래 기슬과 평원지대에 자리한 유적은 저 공개구간만 아니고 주변 광활한 벌판이 온통 올리브 농장이었는데
그 넓은 올리브 밭 전체가 로마유적이었다.
더 놀랍게도 이 올리브나무들은 언뜻 봐도 다 수령이 수백년 이상은 됨직한 노거수라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곳은 그리스 정부 혹은 지방정부가 노거수 올리브 숲을 보호구역으로 관리하는듯 하지만 철저한 보호관리는 아닌듯 싶었다.
농지개간으로 유적은 더 극심히 파괴되고 석부재가 곳곳에 나뒹구는가 하면 그 시대 담장과 도로는 그대로 노출되어 지금이 훼손이 가속화한다.
그 과수원 밭 한켠으로. 구글지도에 이집트 신전과 아폴론 신전이 표시되어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선 올리브 밭을 뚫고 지나는데 바닥이 온통 도기 조각이었다.
농장 조성하느라 밀쳐놓은 돌무더기가 전부 유적을 파헤쳐 나온 것들이다.
그 농장에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로마도시유적이 발굴조사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면적이 만만치 않았고 그 면모 역시 웅장하기 짝이 없었다.
다만 밭 한가운데 철조망을 설치해 놓아 그 땅을 밟아보지 못했음이 아쉽다.
조만간 정비를 거쳐 개방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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