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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록새록 여행 이야기

[그리스] 아이가이 Aigai (베르기나 Vergina) 왕릉군, 고대 마케도니아의 영혼 앞에서

by cecil-rok 202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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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이라는 수식어가 익숙한 몇몇 왕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동서양 교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알렉산더 대왕'이다.

알렉산더 대왕 치세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그의 아버지 '필리포스(필리피) 2세'의 무덤을 포함한 고대 마케도니아 왕릉군이 모여있는,

그리스 북부 도시 베르기나를 찾았다.  

<Archaeological Site of Aigai (modern name Vergina)>
유네스코 세계유산, 1996년 등재.
1977~78년, 무덤 2기가 도굴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되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간 무덤의 주인을 추정만 해 왔으나,
그 중 1기에서 출토된 유골을 2015년에 분석한 결과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인 필리포스 2세의 무덤임이 확인되었다.


'무덤' 과 '출토유물'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


https://maps.app.goo.gl/kPfnjACQGcWpMERr9

 

아이가이 왕릉군 박물관 · Vergina 590 31 그리스

★★★★★ · 고고학 박물관

www.google.com

https://maps.app.goo.gl/zV7VyV1yTtUxj5WF6

 

Polycentric Museum of Aigai (Aegae) - Main Building · Epar.Od. Verias-Kipselis, Vergina 590 31 그리스

★★★★★ · 고고학 박물관

www.google.com




베르기나(Vergina) 는 현재 쓰이는 지명이고, 옛 명칭은 아이가이(Aigai) 이다.

유적지 이름과 박물관 이름에는 모두 아이가이를 내세우고 있으나 이정표에는 베르기나로 적혀 있으므로, 두 이름을 모두 알아두는 편이 좋다.

우리로 치면 '한성 박물관' 또는 '웅진 고분군' 같은 느낌이다. 


이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그리스 제2의 도시인 테살로니키로 가야 한다.

테살로니키는 한국에서 직항 비행편은 없으나(하긴 수도인 아테네도 없다..),

성서의 '데살로니카 전서' 덕에 도시명 인지도는 있는 편이다.

그리스-터키 일주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 보통 아테네 in -델피-(아라호바-<태양의 후예> 이후 추가된 코스)-메테오라-테살로니키-카발라-이스탄불 out 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되는데,

조금 일정에 여유가 있거나 여행사가 센스가 있다면 메테오라와 테살로니키 중간에 베르기나를 넣기도 한다.

나는 한 번은 그리스 중부에서 차를 빌려서, 한번은 테살로니키에서 차를 빌려서 갔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베르기나까지 가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므로

30세 이상 면허증 있는 성인이라면 테살로니키 공항에서 렌트할 것을 추천한다.

공항으로부터 거리는 약 90km, 테살 시내에서는 약 70km 정도 된다.

참고 : 테살로니키 공항 이름은 '마케도니아 공항'이다.

그럼 북마케도니아의 수도에 있는 공항 이름은? '스코페 공항'이다.

(즉, 마케도니아 공항은 북마케도니아에 있는게 아니고 테살로니키에 있다!)

그리스와 북마케도니아 (구 유고슬라비아의 일부) 사이에서 이 문제는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데,

정부간 합의로 '북마케도니아' 국명을 그리스가 인정하긴 했지만

테살로니키에서 북마케도니아 방향 이정표에는, 보란
듯이 '스코피아(스코페)'로 적혀 있다.

이것은 고대 마케도니아를 대표하는 아이가이 유적에 대한 그리스의 자부심과도 연결된다.


테살로니키는 도시 전체에 고대 그리스 / 로마 / 비잔틴 / 오스만투르크의 유산이 널려 있는,

바다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경유지로만 취급하긴 좀 아깝다.



아이가이 왕릉군 박물관(Museum of the Royal Tombs at Aigai (Aegae))은 1997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무덤 위에 박물관을 만들었기 때문에

박물관 내부를 통해 무덤방 앞까지 들어가 볼 수 있다.

누구나 실물을 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으나 막상 그걸 채워주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곳은 무덤의 '실체'를 제공함으로서 끊임없이 방문객을 불러모은다.

물론 매장자의 이름값도 있겠지만..

(다만, 쿠푸왕 피라미드처럼 무덤 내 투어를 제공하는건 아니다.)


들어가는 입구. 봉분 아래에 박물관을 지었다.
전시실 도입부
무덤 하나를 지나면,
다음 섹션이 나온다.
필리포스 2세의 무덤으로 내려가는 입구. 도굴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한 걸음씩 계단을 내려갈때의 느낌이란..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어둡게 했다간 관람객 넘어진다고 민원 생기겠네'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슬퍼졌다
수천년의 시간을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경이롭다
또 다른 무덤인 왕자의 무덤 (Prince's Tomb) 으로 내려가는 길. 이 무덤 역시 역시 도굴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유물의 수준은.. 더 말 할 필요도 없다.


기원전 마케도니아 왕 유골함의 국화문이 현대 일본 황실의 그것과 비슷하다 해서 두 가지를 연관시키면 안 되는 것처럼, 문화의 전파와 교류 속에서 어떠한 정체성을 단정짓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아이가이 다목적(?복합?) 박물관 (Polycentric Museum of Aigai (Aegae) - Main Building)

2022년 말에 오픈한 신상 박물관이다.

'우리 좋은거 많이 갖고 있다' 라는 자랑이 묻어난다. 


상당히 큰 규모인데.. 외벽에 그리스어만 적혀있다. 자칫 지나칠뻔.
ΑΙΓΑΙ (그리스어로 '아이가이'). 이런 상황을 만날때마다, 우리나라의 작은 공공 박물관도(작은 박물관일수록) 간판에 영어를 작게라도 꼭 써놓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전 전시 일부. 연도별 발행 동전을 순서대로 모았다. 지역별로 나눈 섹션도 있다.
패션쇼 같은 느낌


출토유물들을 단순히 모아둔 것을 넘어, 하나의 또 다른 작품을 그려낸 과감함이 좋다.

 

나중에 알렉산더 대왕 관련 디지털 전시도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 가긴 좀 먼데...


 

이 무덤의 주인인 필리포스 2세가 만든 '필리피 고고유적 Archaeological Site of Philippi' 도 

시간이 되면 들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역시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베르기나에서 가려면 큰 맘 먹고 가야 하고(280km 정도), 테살로니키에서 가려면 그래도 맘 먹고 가야 하고(200km 정도), 카발라에서 가려면 멀지 않다(20km 정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면, 사도 바울이 갇혔던 감옥이 있으니 신앙의 힘으로 겸사겸사 방문해 보는 것도.

대략 이런 느낌이다. 배경의 설산이 멋지다.
필리피 고고학 유적지 전경 (파노라마)
사도 바울이 갇혔다는 감옥. 성수기에는 사람이 많아서 이 사진을 찍기도 힘들다는데..




이 글을 비롯한 앞으로의 글에서도 지식 제공은 가능하면 지양하고,
언젠가 시간이 될 때 가 볼 만한 곳을 가볍게 소개하려 한다.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의 마음에도 흔적과 여운을 남기는 유적과
그런 전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개인적 의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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