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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꿈이 없는 삶, 이것 아니면 죽을 것만 같은 삶, 우리는 이를 불꽃이라 부른다

by taeshik.kim 2023.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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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부서 3년간 부서장으로 재직하며 대략 열명 남짓한 대학 재학생 친구들과 같이 일했다. 워낙 미니부서였고 한동안은 부장도 없어 그들과 동고동락했으니 무척이나 다행인 점은 그네들 근무기간이라 해야 6개월 정도가 전부였지만 다 정이 많이 든 친구들이라 떠날 땐 다 애처로웠으니 그네들 또한 그 비슷했는지 떠날 땐 대개 손편지로 고맙다는 말을 남겼으니 나는 그 편지 하나하나를 다 소중히 간직한다.

내 아들놈이랑 같은 세대라 더 정이 많이 가기도 하겠지만, 떠나서도 한 번씩 찾아와서는 꺄르륵 같이 웃으며 그네들을 보는데 한편으로는 그네들이 세파에 부대낄 생각을 하니 무척이나 안쓰럽기도 하다.

꼰대 같으나 갈 길을 정했는지 물어보는데 못 정한 친구들도 있고 이걸 해보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다.




그러면서 나를 돌아보니 천방지축 뛰어놀다 저 나이 때 나는 이것만은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느냐 하니 대책없이 살다가 공부란 걸 계속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없지는 않았으나 형편상 도저히 그럴 수는 없어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아 꿈이랄 것도 없었다.

지금 와서 저 일을 돌이키며 잠시 상념에 젖기도 하지만 괜히 해 보는 소리요 잠깐 그러다 말았으니 실은 꿈이 없었다.

그러다 어찌하다 남들 기자 공부한다 해서 나도 저거라도 해 볼까 하며 가벼이 동참했다가 엉겁결에 그 길로 들어선 것이 어쩌다 그걸로 직업을 삼았을 뿐이다.

그걸로 한때는 우쭐했지만 잠시였고 그렇다고 이거다 할 만한 다른 강렬한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또 누구를 보면서 나도 저걸 해보고 싶다는 선망도 품은 적이 없다.

어쩌다 대학으로 갈 뻔한 일도 있었지만 그 길은 나랑은 천성이 맞지 않아 단칼에 잘라버렸으니 기타 기억에 남는 다른 길로의 기회가 주어진 적도 없는 듯하니 그러고 보면 내가 이 길로 죽 달린 까닭은 그것을 엎을 만한 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꿈이 강렬하면 죽이 되건 밥이 되건 그 일은 미친 듯이 해 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저 친구들한테 매양 하는 말이 젊은 시절엔 취업보다는 창업을 해 보면 어떤가 하고 주문한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거나 적게 된다는 그럴 듯한 이유를 달아서 말이다. 그러면서 혹 훗날 대성공을 거둔다면 경비원 자리라도 하나 달라 파안대소한다.

난 저들이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강렬한 꿈을 안고 달렸으면 한다.

내가 그런 꿈이 없었기에, 그런 꿈이 없던 지난날의 회한이 짙어 더더욱 그런 모습을 보고픈 욕망이 큰지도 모르겠다.

이건 내가 아들놈한테도 바라는 모습이기도 하다.

꿈이 없는 사람은 주검이다. 고로 나는 주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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