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쯤이면 연례행사 같은 건강이상 징후가 오는데 나는 그 원인을 모르지만 무더위와 함께 도래하는 까닭에 자가진단하기를 더위 먹었다 한다.
증상은 매번 비슷해서 각중에 온몸에서 힘이 빠지고 온몸은 둔기로 얻어맞은 듯 온 뼈마디가 쑤시며 소화불량까지 겹쳐 마치 급체하거나 식중독이 걸린 듯한 그런 현상이 요동한다.
참말로 뜨겁던 어제 각중에 이 증상이 와서 엉검엉검 기어 집에 들어가니 마누라는 코로나 아닌지 쌍심지를 켠다.
당장 문제는 내일로 예정한 조폭단 하계답사라 애초엔 용인 내동마을 연꽃단지와 안성 팜랜드, 그리고 안성 칠장사 등지를 돌아본다는 계획이었으니 나가느냐 못나가느냐가 문제로 대두했으니 일단 자고 보자는 심산이었다.
오늘 새벽, 썩 개운치는 아니했지만 그런대로 견딜만은 해서 나가기로 했다. (여담이나 팜램드 입장하며 잰 체온은 정상이었다.)
이런저런 사정이 겹치고 오후들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까닭에 애초 목적한 일정 중 절반은 떼어 다음을 기약하며 내동마을과 팜랜드 두 군데로 만족하고선 귀환할 수밖에 없었으니 무엇보다 몸이 버텨나질 못했다.
그나마 운전은 다른 사람이 해서 그 이동마다 이내 골아떨어졌으니 반나절 잠만 자다 온 셈이다.
이 내동마을은 내가 언제나 말하듯이 세미원이나 관곡지 같은 수도권 다른 저명한 연꽃단지 연꽃과는 달라서 대략 보름 정도 늦게 피고 만개한다. 아마도 수온 영향이 큰 듯한데, 지하수가 많지 않은가 한다.
다른 데서는 이미 한참 전에 만개 소식을 전한 연꽃이 이곳에서는 이제 막 시작이다.
그래도 성급하게 미리 폈다 진 놈 있어 그 놈 골라 홀라당 수술 훑어내리며 내가 하는 말이 왁싱 waxing 이었으니, 이걸 우리네 관념으로는 소분掃墳이라 한다.
홀라당 훑어내리니 매끈미끈하지 아니한가?
연꽃은 맹글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든다!
이곳은 만개하려면 조금은 더 기다려야 할 법하거니와, 접때 방문 때는 수련 몇 송이가 송알송알 솟은 데 견주어 본다면 그래도 참말로 금새 웃자란 셈이다.
작렬하는 태양, 그에서 비롯하는 찌는듯한 무더위를 대체로 증오하나, 이런 무더위라마만 결실하는 작물들이 있으니, 그 대표가 나락과 연꽃이다.
이 둘은 작렬하는 태양이 없으면 꽃도 피우지 못하고 결실하지도 못한다. 달려봐야 쭉정이에 지나지 않는다.
저 이파리들을 만져보면 흡사 샌드페이퍼 같은데, 오직 쓸 데라곤 우산 대용이 있을 뿐이요, 연잎밥 싸는 데 쓰기에도 질긴 무렵이 왔다.
이 넙떼데 수생작물은 이름이 뭐라더라? 오늘 들었는데 또 까먹었지만, 이쪽은 물량공세라, 몇 포기씩 남겨놓고는 나머지는 다 주어 뽑아버리는 세미원이나 관곡지와는 또 사뭇 다르다.
호박에 금 긋는다고 수박되지 않는다 하는데
걸레 빤다고 행주 되지 않는다는데
글쎄 유전자 조작기술은 저 말조차 우습게 만들어 수박과 호박을 짬뽕한 수호박? 혹은 호수박도 우리가 이제는 실물로 마주하는 시대다.
저 쭈굴쭈굴은 수박쪽인가 호박쪽인가? 수박쪽이라면 속을 파먹을 것이요, 호박쪽이라면 껍데기 중심이지 아니하겠는가?
이 놈의 양놈 호박은 다마 박은 고추 같고, 포경수술 흔적 남은 고추 같기만 한데, 왜 저 모양인지 무에 써먹는지 알지 못하겠다.
단순 관상용인가?
빗날무늬 박은 또 무에란 말인가?
작물에도 다문화가 하도 남발하니 요새 영영 헷갈리는 시대라
아는 상식이 다 무너진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어떤 놈이 이딴 소리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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