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뒤로하고 애초 계획한 목적지 상족암과 공룡박물관을 향해 내비게이션 안내를 그대로 따라 렌터카를 몰았다. 여담이나 나는 마누라 말은 거역해도 내비는 거역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다. 하긴 초행길에 내비 말을 듣지 않고 어쩔 수 있겠는가? 거리로는 대략 25킬로미터에 30~40분 걸린다는 안내가 떴다고 기억한다.
이런저런 풍광 음미하며, 그러면서도 상족암과 공룡박물관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파천황 방불하는 묘수 같은 아이디어는 뭐가 있을까 라는 심적 압박은 시종 간직하면서 멍하니 차를 몰아가는데, 느닷없이 꼬부랑 고갯길을 달리기 시작하는지라, 같은 고성인데 별의별것이 다 있다는 무념무상에 빠져들기도 했다.
고갯길 정상에 다다라 막 내리막길을 시작할 무렵, 전면에 정자 한 채와 관람대인 듯한 나무 데크 시설이 나타나니, 보통 이런 데는 요새 유행하는 말로 이른바 포토존 같은 곳일 듯한 직감이 들어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해서 차를 멈추고선 내려서 둘러보면서, ‘삼산면 달막동산’이라는 글씨 큼지막하게 새긴 바위를 앞세운 난간으로 다가가 내려다보니, 저 너머 아래로 밀림 방불하는 수풀 우거진 산맥이 양쪽에서 길게 펼쳐지고, 그 계곡으로는 한창 누른빛을 내는 나락이 눈부신 황금빛을 발하는데, 그것이 끝나는 너머로는 연무 자욱한 바다가 들어오고 그 연무 사이로 듬성듬성 소가 걸어다가 싸놓은 똥 무더기 같은 섬들이 올록볼록 대가리만 쏙 내밀었으니, 그 뭐라던가? 흡사 수시로 아무 데서나 튀어올라 망치에 두들겨 맞고는 쏙 들어가 버리는 그 오락기 인형 대가리만 같다.
이 장대한 경관을 마주하고는 순간, 예가 다도해임을 직감하고는 아! “이거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뱉어버리고 말았다. 그래 뭐 이 정도면 밥값은 하겠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말이다.
역시 이곳에 정자를 세우고 관람 데크를 설치한 까닭은 있었다. 보니 한국관광공사에서 사진 찍기 좋은 곳인가로 선정한 장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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