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제목이 apes**t인 까닭은 본래 철자대로 다 써주면, 욕설이라 해서 자체 검열에 걸리는 까닭이다. apes**t 에입쉿은 화딱지가 난 상태를 의미하는 형용사라, 저 말이 곱게 고상하게 쓰일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2018년 발표한 이 노래는 비욘세 Beyoncé 와 제이 지 Jay-Z로 구성한 혼성듀오 더 카터스 the Carters 가 부른 곡이라 저 뮤직 비디오 말할 것도 없이 촬영장소가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the Louvre 이다. 이 뮤직 비디오는 2018 MTV Video Music Awards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고 개중 Video of the Year를 수상했으며 2019 Grammy에서는 Best Music Video에 후보 지명되기도 했다.
모라리자 앞에서 비욘세
시공간을 대한민국으로 옮겨온다.
묻는다.
저런 상스런 가사로 온통 점철하며, 저런 상스런 복장으로 가슴은 절반가량 내어놓은 채, 가슴 가리개는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는 요상 망측한 복장을 한 젊은 여성 무용수가 떼거리로 저런 연출을 하는 문화재 현장을 우리는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저런 차림 저런 복장 저런 몸놀림의 뮤직 비디오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경복궁 근정전에서, 경복궁 경회루에서, 석굴암에서, 해인사 대장경판전에서 촬영할 수 있는가?
명작 앞에서 베베춤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파는 자못 커서, 그걸 허가해준 문화재청장은 모가지를 내어놓으라 할 테고, 그 장소 사용 허가를 같이 해준 절 주지, 박물관장은 모가지 열개라도 성할 날이 없을 것이다.
왜?
그만큼 우리는 문화재 숭엄주의에 처절한 까닭이다. 소중한 선조들 숨결을 품은 문화재 앞에서 벌거벗은 춤이라니? 운운하는 질타가 날아들 것이다. 부처님 앞에서, 근정전에서, 경회루에서 상스런 뮤직비디오라니?
그러면서 혹자는 이른바 나름 문화적 상대주의로 무장했다는 지식분자는 말하리라. 관습 차이라고. 저들은 저리 해도 그걸 수용하는 민도가 있지만 우리는 다르다면서 점잔 빼는 얘기는 다 늘여놓을 것이다.
박물관 계단쇼
루브르가 미쳤다고 저리했겠는가?
얼마전 모 국가기관에서 문화재와 관련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나는 그 강연 처음을 저 뮤직비디오로 열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물었다.
"우린 왜 못하는가? 우린 왜 봉황대고분 봉분을 못 오르는가?
봄날 사쿠라 만발한 경주 대릉원 풍광은 어디가 젤로 좋은 줄 아는가? 미추왕릉 꼭대기다. 그 꼭대기서 내려다 보는 사쿠라 밭은 황홀을 넘어 지상낙원이다. 한데 우리는 왜 그 무덤 꼭대기를 팔아먹지 못하는가?
BTS가 필요하다면 석굴암도 열자! 근정전도 열자. 경회루서 배도 띄워주자. 그네들이 필요한 것은 다 내어주자.
언제까지 문화재는 숭고해야 하는가?"
섹쉬 댄스!
우리네 문화재 숭엄주의는 처절하기만 해서, 문화재라는 딱지만 붙으면 손을 대서도 안 되고, 걸터 앉아서도 안되고, 만져서도 안되고, 갖고 놀아서는 더 더구나 안된다고 말한다.
60년대 70년대까지만 해도 첨성대는 다 기어올라 담배 꼬나 물로 교복 걸치고 기념사진 다 찍었다. 그래 담배는 좀 심하다 치고, 그래 그래도 지상 3미터 이상은 낙상 우려가 있으니 안전을 우려해 그것은 금지한다 쳐도, 왜 그 밑으로는 가지 못하며, 그 그에는 기대지도 못하며, 왜 그 기단은 올라서는 안 되는가?
걸핏하면 철조망 쳐 놓고, 걸핏하면 쇠막대기 걸쳐 놓고는 접근금지 터치금지라는 경고문 붉게 칠해서 접근을 막아야만 하는가?
그것이 문화재를 보호하는 첩경이라고 착각한다.
박물관 홀에서 음냐음냐
나는 이런 의식 일체를 문화재 숭엄주의로 규정하거니와, 이런 숭엄주의는 시급히 적폐로 청산되어야 한다고 본다.
문화재는 우리가 가까이 가서는 안 되고 만져서도 안 되며, 갖고 놀아서는 아니되는 숭엄 그 무엇도 아니다. 그것은 완구다.
저들이라고 해서 문화재가 소중하지 않다 해서 비욘세를 부른 것도 아니요, 모나리자를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 해서 그 앞에서 가슴 절반쯤 내어놓은 비욘세 촬영을 허가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저들은 안다. 저런 뮤직비디오 촬영이야말로 루브르에, 프랑스의 문화자산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루브르박물관 홈페이지 함 들어가 봐라. 비욘세 저 뮤직비디오 촬영지점만을 집중으로 도는 프로그램을 따로 선전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지 않겠는가? 저 정도는 되어야지 문화강국이라 자부하지 않겠느냐 말이다.
루브르가 내놓은 비욘세 상품
내가 탑에 오른다 기어오른다 해서, 내가 문화재보호구역 내에서 담배를 피운다 해서, 내가 금줄 쳐놓은 보호구역 넘고 들어간다 해서 문화재를 사랑해야 한다는 그런 말만 싸지르는 너보다 덜 문화재를 아끼는 것도 아니다.
문화재는 소중한 것이라는 앵무 같은 말만 되뇌이는 너보다, 담을 타서 넘고 탑에 기어오르는 내가 열배 백배 수천배 문화재를 더 사랑한다.
경주 천관사지 쇠막대기 말뚝...이걸 난 왜 박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파란 뺑끼칠 말뚝 담장은 당장 뽑아서 고철로 팔아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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