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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이 멋드러진 봄날 앞으로 몇 번이나?

by taeshik.kim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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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환 배나무 밑에서



어쩌다 대학 동창 몇이서 바람 쐬러 가잔 말이 일전에 나와 어디건 좋다 해서 고른 데가 서산이라

봄꽃 만발하는 총선 임시공휴일 낀 틈 타서 적당힐 데 물색해서 봄놀이 결행하잔 말이 나와 일찌감치 나섰다.


여행에 술빵이 빠질 순 없다



내가 가이드 겸 운전수라 내가 익숙한 데를 골라야 했고 또 친구 중에 절터나 절이 좋다는 이가 있어 그네들은 다 초행인 길을 잡은 코스가 서산이었으니

구체로는 개심사에 갔다 보원사지 서산 마애삼존불 설렁설렁 들르고 다시 상경한다는 일정을 공지하니 다들 좋다 해서 그리 잡고는 차례로 친구들을 태워 서산으로 향했다.



저 화려를 어찌한단 말인가?



설렁설렁이 모토였기에 가는 길에 서해대교 행담휴게소도 들러 술빵도 사먹고 노닥노닥 없는 친구 뒷담화 섞어가며 꺄르르 웃으며 그리 돌았다.

개암사 가는 길목 어느 농원에 그림 같은 벚꽃 풍경이 펼쳐지기에 차 세워 사진 찍고 하는데 다들 일상에 지친 살을 살다 이런 풍광에 연신 넋이 빠져 이쁘다를 연발하니 나 역시 기분이 한층 더 좋았더랬다.

한 친구는 임영웅 광팬이라 연신 임영웅에 열광한 찬송가를 뿜어내는데 환갑 앞둔 그 아줌마 열정이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부럽더라.

무엇인가 미칠 만한 데가 있다는 게 활력 아니겠는가?



친구들이다. 영문과는 남자가 없다. 그나마 있는 놈은 문경으로 튀었다.



개심사 추천한 이유는 지금쯤 만발했을 봄꽃들도 보여주고 그 굽은 기둥 앞에서 알팍한 잘남 자랑도 할 심산에서였지만

유감스럽게도 직전에 다녀간 그때랑 개심사는 너무 달라져 꽃으로 만발해야 할 연지 곁 나무들은 자최를 감췄고

또 그 꾸불탕 기둥 갖춤 전각은 아마 해체 수리 때문인듯한데 흔적도 없이 자최를 감춘 채 구들장 비롯한 기초만 앙상하게 노출되어 실망을 금할 순 없었지마는


개심사



그런 대로 남은 운치 볼 만하고 무엇보다 그것 아니래도 꽃이 만발하는 시즌답게 다른 꽃 천지라

상춘객으로 미어터져 주차할 공간 찾기도 힘들기는 했지마는 친구들이 좋아하니 퍽이나 다행이다 싶었다.



봄나물



들어서는 길목 가게들 보니 두릅을 필두로 하는 각종 봄나물 지천으로 깔아 놓았으니, 내려 오는 길에 모름지기 두릅전은 땡기고 가자하니 다들 좋다 했고 실제로 그리했다.

두릅이 주는 그 야릇한 향을 어디에 비긴단 말인가? 내친 김에 땅두릅 한 다발 사서 올라왔다.  


땅두릅

 

두릅전



그래 기왕 이리된 마당에 꽃이나 실컷 즐기자 해서 애초 예정한 코스를 어슬렁어슬렁 소화하고는 두 군데 꽃구경을 추가했으니 상경하는 길에 예산 추사고택과 천안 성환 배밭이 그것이라 두 곳 모두 다 돌아봤다.



보원사지


보원사지야 일반엔 아직 생소한 곳이니, 막상 현장을 디딘 친구들이 그 활짝한 절터를 우뚝한 오층석탑과 탄문스님 사리탑과 신도비를 보고선 경외심을 표하는 모습을 보고선 나 또한 흡족하기 짝이 없었고, 그 유명한 서산 마애삼존불 앞에서도 그러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다들 생각보다는 작다는 반응이 나로서는 사뭇 재미있었노라 부쳐둔다. 



서산 마애삼존불



추사고택에선 이 무렵 인공으로 조성한 수선화 꽃밭은 언제나 나로선 제대로 본 적 없어 아쉬움이 컸다가 이번에야 비로소 그 만발한 풍치를 보았거니와

더불어 지금쯤 제비가 올 때가 된 듯 한데 아직 보이지 아니한다.



추사고택과 수선화



성환 배밭은 해가 질 무렵에 도착하는 바람에 아쉬움도 없지 않고 또 보니 아직 만발 직전이라 그 화려함을 만끽하기엔 부족함이 있었지마는

그런대로 친구들한테는 배꽃을 맛보려거든 이곳을 와야 한다는 교훈만은 심는데 성공한 일로 적이 보람을 찾는다.



배꽃 놀이


하루짜리 짧은 여행이었지마는 나는 기획자요 가이드였기에 무엇보다 친구들 동태가 신경쓰였지만 나로서도 적이 그에 함몰해 같이 웃고 떠들었으니 참말로 즐거운 하루였다.

내 세대 사연 없는 사람 있겠으며 그 사연 하나하나가 다 드라마 아닌 사람 또 어디 있겠는가?

그만큼 다 아픔이 있는 법이며 혹 가능하다면 그런 아픔도 같이 나누면 혹 아는가?

내가 덜 아플지?

나 또한 상흔이 왜 없겠는가?

조금씩 보듬으며 함께 걸어갈 뿐이다.

개심사 계단을 오르며 내가 말했다.

○○야. 이런 멋드러진 봄날 앞으로 우리가 몇 번이나 더 볼 거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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