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후에도 연구를 계속 한다고 한다면,
학계의 권위, 죽을 때까지 연구하는 어쩌고 하는 이런 이야기는 다 필요 없는 이야기다.
그게 얼마나 덧 없는 이야기인가는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안다.
제대로 돌아가는 학계라면 5년만 지나면 그 이전의 연구
태반은 쓰레기통으로 간다.
장강의 물결이라는 말을 실감해야 하는 곳이 학계다.
5년만 지나면 의미가 없어지는 곳에서 이전 수십 년의 학계의 권위
덧없는 소리다.
최근 한 곳 현재의 연구를 자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현장은 빠르게 바뀌고 있어 내가 설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포지션으로 내가 잘 물러나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다만
나이든 학자들이 공부를 더 하고자 한다면
유심히 주변을 들여다 보면,
연구비 지원도 별로 없고
빛도 나지 않는데
꼭 필요하고
숙달된 경험이 필요한 작업들이 있다.
나를 포함한 영감들은 그런 작업을 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그늘로 숨어들어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 그늘에는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
햇빛이 들지 못해 해야 하는데도 하지 못하고 남은 작업들이 그 그늘에는 틀림없이 있는데
이걸 해치우는게 필자 포함 영감들이 해야 할 작업이다.
그늘에 남아 있는 작업들이
꼭 의미가 없어 그늘에 방치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필자가 60 목전까지 연구를 해본 경험으로는
한국학계가 발전이 더딘 것은
양지가 문제가 아니라 항상 음지가 문제였다.
나라에 볕 안드는 곳 이미 꼭 해놔야 했던 것들이 제대로 되어 있지를 않으니
학계라는 곳이 항상 기초가 없는 건물 같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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