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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소호 김응원(1855-1921)의 묵란

by taeshik.kim 2024.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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墨痕香沁影欹斜 먹 흔적에 향기 스미고 그림자 비껴있는데
紙上參差盡着花 종이 위에 길고 짧은 선 다 꽃을 피웠고나



흥선대원군의 청지기였다는 이야기가 전할 정도로 한미한 출신이었던 김응원,

그러나 그는 발군의 서화 실력으로 20세기 초 한국 예술계에 군림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난초에 뛰어났다.

출신 때문에 그의 그림도 흥선대원군의 아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 그가 남긴 작품을 보면 '석파란'과 다른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려 무진 애쓴 흔적이 보인다(그 노력이 성공적이었는지는 둘째치고).

이 묵란도 그런 김응원의 노력과 성취를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난초 잎에 리듬을 주어 길게 뽑아내는 모습은 아직 석파 태공의 태를 못벗었고 확실히 그보단 약간 미숙해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 가시덤불 속에서 핀 듯한 효과를 주는 짧게 친 잎과 과장된 꽃잎은 석파란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압권은 허공에 띄운 괴석이다.

살짝 빗겨 세운 괴석의 각도에서 입체감마저 느껴진다.

이 작품엔 연대가 적혀있지 않아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기는 어렵지만,

표구 상태로 보아 김응원이 흥선대원군의 손자 이준용(1870-1917)을 수행하며 일본에 있던 1900년대 초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김응원은 이 시기에 벌써 자기 스타일을 모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작품을 보게 되어 (허락을 얻고) 글을 써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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