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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인더스 문명

인도 학술 조사 이야기 (15) : 발굴현장의 하루

by 초야잠필 2019.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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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인도 발굴현장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궁금해 하실분이 있으실 것 같아 내가 경험한 한도에서만 써보겠다. 

(1) 기상 (대락 7시 경이면 활동하는 사람들 출몰 시작)

전반적으로 인도 사회 자체가 아침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 우리보다 빠르지 않다. 하지만 전기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 시골 특성 상 해가 떠 있을 때 일을 시작하고 마쳐야 하니 아무래도 인도 도시에 있을 때보다는 기상 시간이 빨랐던 듯. 

아침에 일어나면 세면을 마쳐야 하는데 우리처럼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따듯한 물은... 당연히 없다. 


발굴캠프의 아침. 요즘은 이런 텐트는 캠프에 쳐 두기는 하지만 식당으로만 쓰고 잠은 독립가옥에서 자는것 같다 


숙소로 쓰는 집. 기상 직후 풍경. 가운데 보이는 사람이 발굴대장 닐레쉬 선생. 

기상 직후의 상황-. 필자의 모습 

이전에 이야기 한 대로 일을 돕는 동네 아저씨가 아침 일찍 물을 데워 두면 그 물로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한다. 뜨거운 물을 한바가지 들고 세수하고 양치하는것이 쉽지는 않은지라 세수를 한것 같이 위장하지만 상당수의 학생들이 건너 뛰는 듯도. 


(2) 조반 (8시 경?)

인도는 아침은 간단히 먹는다. 감자를 넣고 볶은 밀밥이나 짜파티 등 전병을 부친것을 차이와 함께 먹고 끝. 캠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강추하는 인도 밀밥. 감자와 함께 볶는데 정말 맛있음. 아침밥으론 이 이상이 없는 듯.

한번은 들고간 그 귀하디 귀한 짜파게티로 아침밥 한턱을 냈는데 의외로 반응은 시원치 않았음 


(3) 출근 (대략 9시 반 정도까지는 현장으로 이동 했던 듯)

식사를 하고 나면 짐을 챙겨 발굴현장으로 간다. 당연히 걸어간다. 내 기억으로 캠프에서 라키가리 발굴 현장까지는 몇 킬로 정도되었던 것 같은데 지나가는 길이 농촌 시골 풍경이라 지루하지 않았다. 가끔 오가는 길에 비를 만나면 주변 빈집으로 뛰어가서 비를 피했다가 가기도 하고.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출근 준비-. 뒤 건물이 숙소이다. 마을에서 빈집을 통채로 빌려 사용한다.  

인도는 발굴이 겨울에 있다. 다른 계절은 몬순에, 더위에 발굴을 할 수가 없다. 죽어도 해야 겠다면 못할 것은 아니겠지만. 1월에 들어가도 이렇게 곡식이 자란다. 라키가리 유적이 위치한 하리아나 주는 밀농사로 유명하다. 밀농사는 5천년전 하라파 문명이 일어나게 한 경제적 원동력이기도 하다. 

학생들을 몰고 출근 중인 김용준 발굴대장

1월 발굴 시즌에 라키가리 지역엔 겨자꽃이 만발이다. 농업용수도 콸콸 나온다. 


(3) 오전 작업 (오후 2시까지)

점심 식사가 오후 2시이므로 오전 작업은 그때까지이다 (인도는 점심이 오후 2시이다). 사실 이 시간 동안 발굴이 집중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아직 뜨겁지 않아 그래도 시원하게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후 2시에 식사를 하고 나면 저녁때까지는 체력도 떨어지고 열기때문에 도통 작업이 시원치 않았다. 사실상 하루 일은 이 시기에 거의 다 하게 된다. 


 발굴현장의 신데교수. 

작업 시작 전 한 컷. 김용준선생 얼굴 상태로 보아 며칠은 세수를 안한 듯. 

작업 중인 내 사진. 뭐 보시면 알겠지만 엄청나게 덥다. 

현장에서 어떻게 들어낼것인지 고민 중

흔한 인도 발굴 현장 풍경-. 


(4) 식사 (오후 2시부터 낮잠 깰때까지)

발굴 중 휴식공간. 정확히는 동네 아저씨들 농기구 보관하는 창고이다. 여기서 배달 온 점심 도시락도 까먹고 오후 작업 시작하기전 좀 잔다. 안 잘 수가 없다. 더워서. 자는 게 낫다. 

점심밥은 캠프에서 도시락으로 배달이 온다. 맛있다. 허기져서만 그런것이 아니고 실제로 맛이 있다. 


이 영화보셨는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도 배우, 일판 칸이 나오는 영화이다. 볼리우드 영화의 깊이는 매우 깊다. 뜬금없이, 느닷없이 춤추는 영화로만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이 영화의 제목은 "Lunch Box". 이 영화에 나오는 인도 도시락을 주목. 바로 이렇게 생긴 도시락 박스를 발굴현장까지 배달해 준다. 인도의 도시락 문화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구해 보시라. 


(5) 오후 작업 (낮잠 깨서부터 해가 저물기 시작할때까지)

도대체가 오후에는 작업을 할수가 없다. 낮잠 후에 오후 작업을 시작해도 오전에 비해 지지부진하다. 겨울인데도 무척 뜨겁고 발굴단원들은 지쳐서 흐느적 거리기 시작.

일몰과 퇴근길. 하루일을 마치고... 군가라도 부르며 돌아가야 할 판. 출근길과는 다른 또 다른 맛이 있다. 


(6) 일과 후 작업과 저녁 식사 

돌아오면 우선 씻는다. 항상 씻는 사람은 정해져 있고 안 씻고 건너뛰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 듯도. 캠프에는 샤워 시설은 갖추어져 있지만 데워놓은 뜨거운 물 한동이를 들고 알아서 샤워하고 나와야 한다. 샤워실 수도꼭지가 없다는 뜻. 씻고 나면 8시에는 저녁을 먹는다. 대개 모두 둘러앉아 같이 먹게 되어 있다. 내 경우는 먹을 만 했다고 기억하는데 캠프 식사에 학을 떼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취향은 모두 달랐던 듯. 저녁밥은 대개 인도 가정식 백반이 나온다. 식사가 끝나면 짬밥 되는 사람들만 모여 간단히 술을 마시며 발굴 결과와 계획을 토론하기도 (과연 그런 학구적 목적일까? ㅋㅋ 사실 인도고고학자들도 한국고고학자들 만큼이나 술을 좋아한다). 밤에는 일이 많지 않다. 그냥 잔다. 할 일도 없고. 전기도 안 들어오고 인터넷도 잘 안 되니 자는 수밖에. 


저녁식사에 만족하고 있는 홍종하군

예비일에는 이 사진 처럼 토기를 정리하거나-.

시료를 정리하거나-. 

빨래를 한다. 인도는 빨래가 잘 마른다. 건조하고 날이 더우니 당연할지도. 널어놓은 건 인도 수건인데 저게 아주 좋다. 잘 마르고 가볍고 잘 닦인다. 인도 들어가시는 분들은 반드시 구입해서 사용하시길.

어느날 인도 캠프장 주변의 아침 풍경. 인도는 불편한것도 있고 이해가지 않는 일도 많다. 하지만 이따끔씩 보여주는 이런 모습에 넋을 빼앗기는 것이 인도로 계속 향하게 하는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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