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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인더스 문명

인도 학술 조사 이야기 (16) : 함께 묻힌 먼 옛날 그 시절 부부-연인들 (1)

by 초야잠필 2019.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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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이제 라키가리 공동묘지에서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 했던 몇가지를 써 보겠다. 


사실 무덤 발굴 현장에서 남편과 아내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함께 묻힌 것을 찾는 경우는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회곽묘 발굴현장을 조사해도 내가 아는 한 이런 무덤은 수두룩하게 나온다. 대개 넓게 묘광을 파고 그 안에 남편과 아내의 관을 함께 안치한 무덤이다. 


모든 무덤이 이런 부부합장묘인 것은 아니지만 꽤 드물지 않게 발견 되므로 전공학자들에게는 별로 신기할 것이 없는 케이스 일 것이다. 


우리나라 묘지 발굴 때 흔하게 보는 조선시대 부부합장묘. 


하지만 이런 부부합장묘도 세계적으로 뜻밖의 화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Lovers of Valdaro"


이 한쌍의 사람뼈는 2007년 이탈리아 San Giorgio에서 고고학자 Elena Maria Menotti가 확인한 신석기 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것인데 지금으로 부터 약 6,000년 전에 묻혔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것이다. 


인골이 배열된 모양으로 보아 동시기에 묻힌 것은 틀림 없어 보이는데 문제는 이 인골 자세가 그야말로 기묘한 모양으로 흡사 한쌍의 연인이 함께 죽어 묻힌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로 인류학적 조사에서는 묻힌 사람들은 사망 당시 20세도 안 된 남자와 여자로 판명 되어 부부 혹은 연인 관계일 가능성을 훨씬 높여 주었는데 대중의 관심을 반영해서인지 2014년부터는 인근 National Archaeological Museum of Mantua에서 전시 중이라고 한다. 


https://bookofresearch.wordpress.com/2014/11/28/locked-in-eternal-embrace-the-lovers-of-valdaro/


또 다른 경우를 보자. 


동굴의 연인-. 신석기 시대 두 젊은 남녀가 함께 합장되었다


이 케이스는 그리스 Alepotrypa 동굴이라는 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동굴은 유럽에서도 가장 대규모의 신석기 유적이 밀집한 지역으로 고고학자들은 여기를 "신석기시대의 폼페이"라고 부를 정도인 모양이다. 신석기 시대 인골도 무려 170개체 분이나 나왔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유적이 발굴되고 있는 중에서도 가장 대중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 바로 이 두 사람-. 


아마도 5,800년 전에 묻혔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포옹한 상태에서 함께 묻힌 듯 한 두사람의 인골이었다. 


발굴자들 말을 들어보면 포옹한 자세도 아주 자연스러워 사망 당시 그런 자세로 묻혔음에 분명하다고 하고 나이도 젊은 남녀라고 하니 역시 그리스 신석기시대의 연인이 함께 죽어 묻힌 것이었을까? 


자세한 것은 여기에-. 


https://news.nationalgeographic.com/2015/02/150220-embracing-skeletons-greece-diros-alepotrypa-cave-archaeology/



물론 고고학을 진지한 연구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런 보고는 흥미거리 이상의 주제는 아닐수도 있겠다. 

실제로 이 두 보고는 고고학 팬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하지만 정작 학술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 같지는 않다. 


묻힌 이 사람들이 정말 부부인지 아닌지도 알수 없다. 모자 관계일 수도 있고, 친척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생면부지 남남일 수도 있겠고.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겠지만 발굴 당시 모습으로 사람들은 뭔가 로맨틱한 상상을 하기를 원한다. 그것이 옳건 틀리건 간에. 조선시대 무덤이라면 별로 대수로울 것도 없는 남녀합장 무덤이 신석기시대까지 올라가면 이야기가 전혀 다른 스토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장소와 시간을 돌려 2016년 인도-. 


우리가 발굴한 라키가리 유적에서도 이와 비슷한 발견이 있었다. 


무덤 B4구역에서 남자와 여자가 함께 묻힌 무덤이 발견 된 것이다. (계속)


우리가 조사한 라키가리 묘지 발굴 현장. 빨간 화살표로 표시된 BR11 무덤에서 문제의 발견이 있었다. 

무덤은 길이가 2.54 미터, 가로 폭이 1.5미터 정도 되었는데 그 안에서 두 구의 인골이 함께 발견되었다. 



하나의 무덤안에서 함께 발견된 두 구의 인골. 

고개를 돌려 바라보고 있는 11A가 남자.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11B가 여자이다. 

두 사람 모두 21–35 세 정도의 젊은 사람들이었다. 



발굴된 남녀 인골을 확대한 사진. 

여자 11B의 목에서는 살아 생전 착용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목걸이-구슬이 발견되었다.


발굴 초기의 사진. 남녀 인골의 윤곽이 이미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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