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속해 있는 의학이나 자연과학자는 평생의 업적이 거의 젊은 시절 결판난다.
빠르면 30대, 늦어도 50대면 결판나고 50대 후반에 들어가면 연구비 더 줘 봐야 나올 것 없다.
경험이 어쩌고 경륜이 어쩌고 이야기 하지만 다 헛소리고
50대 후반이면 이미 의학자이건 자연과학자이건 창의성 있는 뭔가가 나올 시기는 지났다고 봐야 옳다.
필자도 나름 30-50대는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50대 후반 넘어 60이 목전에 오니
체력도 체력인데 호기심과 창의력이 많이 감퇴한다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필자가 절필하는 시기는 더 이상 궁금한 것도 없고 들여다 봐야 새로운 것도 못 만들어내는 시기가 될 것 같다.
각설하고-.
요즘 가끔 시간이 나면 소위 지식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의 인생을 자연과학, 의학, 인문학을 막론하고 검토 중인데,
인문학자(혹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처럼 전향한 인문학자)들은 확실히 자연과학자들보다는 연구의 수명이 긴 것 같다.
소위 말하는 대작도 이른 시기에 내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거의가 50 넘어 60 넘은 시기에 쏟아내는 경우가 많아서
확실히 인문학은 의학이나 자연과학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필자는 의학자로서, 자연과학자로서 정리해야 할 때 정리하고 수확하면서,
혹시나 인문학을 접목하여 마지막 공부를 해볼 수 없을까 기웃거리는 형국인데, 이것이 성공할지 안할지는 모르겠다.
어느 분야나 나와바리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문학자들의 대성이 늦은 시기에 이루어진다 해도
대성한 사람들은 인문학자라 해도 30-60대를 치열하게 보낸 사람들이더라 이거다.
자기 분야에서 젊은 시절 일가를 이루지 못했던 사람들이
60 넘어 대작을 남기는 경우?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30-60세까지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나면 그것을 판돈 삼아
60 넘어 대작으로 마지막 승부를 보는 것이 결국 공부하는 먹물들의 로망 아닐까.
30-60세까지 자기 분야에서의 삶은 그래서
60세 넘어 대작으로 마지막 불꽃을 피워보는 경기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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