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퇴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미라 보존-재매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약간만 부연해 둔다.
이전에 올린 글을 다시 고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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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컴 타는 일을 썩 즐기지는 않지만 가끔이라도 조선시대 미라가 언론에 보도되면 거의 항상 반복 재연되는 논의가 있는데,
1) 미라는 이처럼 귀중한 연구 자산인데 제대로 연구도 없이 그냥 묻어버리고 화장하고 있다. 이것은 큰 문제다. 법률을 정비해서라도 제대로 연구할수 있게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또 하나는,
2) 미라도 사람인데 본인 허락도 없이 이렇게 과학적 연구라는 명분을 앞세워 맘대로 조사해도 되는건가. 연구자들은 죽은 사람의 안식을 방해하지 말라.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1)번과 같은 입장은 미라가 지닌 학술적 가치를 생각하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신문과 방송 뉴스 등지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데,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탓하고 사회의 각성을 요구한다. 미라 연구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조사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2)번과 같은 반응은 신문 기사 댓글에서 접할 수 있다.
실제로 미라 기사가 나왔을 때 댓글을 보면 2)번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숫자는 추정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대체적으로 15~20% 안팎은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 개인적으로 판단한다. 이런 주장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 무의식 속에 깊이 잠복해 있는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1)번이 되었건 2)번이 되었건 간에 미라 연구자로서는 어느 쪽도 스트레스이긴 마찬가지이다.
이 연구를 이십여년 간 계속하면서 나는 미라 연구란 것이 이를 괜찮게 보는 분들과 비난 하는 분들을 담벼락 양쪽에 두고 조심스럽게 담위를 걸어가는 그런 곡예자 같다고 생각한 때가 많다.
연구하는 사람으로서는 조용히 작업에 몰두할 상황이 가장 좋은데 미라는 연구 속성상 한번 언론을 타게 되면 끝장을 볼 때까지 관심이 계속되는 일이 많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이 번외로 충돌하는 상황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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