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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천연기념물 지정 목적은 지정 해제다

by 한량 taeshik.kim 2018. 1. 28.

고향 김천을 지키는 엄마가 닭을 키우지 않은지는 오래다. 옛날에는 많이 키웠으나, 닭똥 냄새 때문이다. 동물 똥 중에 냄새가 가장 고약한 것으로 닭똥만한 것이 없다. 하긴 닭을 포함한 조류 똥이 대체로 길짐승에 견주어 독하기는 하다. 

작년 이맘 때다. 설을 쇠러 고향집에 내려갔더니, 온 동네를 다 뒤져도 닭은 흔적도 없었다. 어찌된 일이냐 엄마한테 물었더니 조류독감 우려로 당국에서 다 잡아갔단다. 마리당 오만 원인가 오만 오천 원을 쳐주고 잡아갔단다. 발본색원이라더니 씨가 말랐다. 

오계


이 조류독감은 문화재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데, AI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주범으로 철새가 자주 지목되고, 그런 철새 중에는 상당수가 문화재 중 하나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까닭이다. 그런가 하면 텃새 혹은 한반도에 자생하는 날짐승 일부가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집에서 기르는 날짐승 가축으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인 충남 연산 오계(烏鷄)라는 검은 닭은 그 대표라 할 만하다. 

연산 오계는 조류독감이 터졌다는 소식만 전해지면, 어김없이 피난길을 오른다. 이와 관련한 비근한 소식 중 하나로 2012312일 연합뉴스가 대전발로 타전한 ‘<“AI 걱정 없다연산 오계 500마리 미리 피난>’이라는 제하 뉴스를 본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올해부터 상시 피난체제로 전환하면서 조류인플루엔자(AI) 걱정은 한시름 놓게 됐습니다.” 12일 오전 AI 양성 반응이 나온 충남 계룡의 한 토종닭 농장에서 불과 3.8떨어진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의 지산농원(대표 이승숙·49·). 이곳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65호인 연산 오계(일명 오골계)’ 1천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전날 계룡에서 AI가 발생한 사실을 통보받았다는 농원 측은 마당 등지에서 방목해 기르던 오계를 모두 축사 안으로 몰아넣은 뒤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등 방역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계룡에서 발생한 AI가 고병원성으로 판정될 경우 연산 오계는 약 30~40여 일 동안 이동제한 조치를 받게 된다. 다행히 예방적 살처분 매몰 조치는 피할 수 있는 거리이다. 하지만 이 농원의 반경 1내에 오리와 닭을 기르는 대규모 농장 2곳이 있어서 AI가 확산하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악에는 오계 1천여 마리가 모두 살처분 조치될 수도 있다. 천연기념물이 멸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계


그러나 지산농원은 AI 발생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연말 200마리의 연산 오계를 경북 상주의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지난 11일에도 300마리를 같은 곳으로 옮겼다.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청정지역인 경북 상주에 상시 피난처를 확보한 것이다. 

연산 오계들은 인근에서 AI가 발생한 2006년과 2008, 2011년 등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경기 동두천과 경북 봉화, 인천 무의도 등으로 피난길에 올랐다가 AI가 잠잠해지면 되돌아오기를 반복했다. 피난처가 있는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오계를 받아줄 수 없다고 통보하는 등 피난처를 구하는데 애를 먹어왔다. 

이승숙 대표는 새로 지은 축사로 연산 오계를 지난 11일 옮길 예정이었는데 공교롭게도 AI 발생과 시점이 맞아떨어졌다면서 어젯밤에 실제 피난을 떠나듯이 300마리를 부랴부랴 옮겼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깊은 산 속 외딴곳이다 보니 AI 매뉴얼상 살처분 지역에는 농장이나 인가가 없다면서 이동 제한 조치 지역 내 한두 농가가 있을 뿐이고, 산으로 가로막혀 있어서 연산 오계를 보호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일단은 천연기념물의 멸종만 방지하면 되기 때문에 농원에 있는 1천여 마리를 피신시킬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다른 곳에 상시 피난처를 마련할 계획이지만 계룡에서 발생한 AI가 위급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여 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계룡시의 한 양계농가에서 닭 45마리가 폐사한 것과 관련해 AI 간이 검사를 벌인 결과 10마리 중 6마리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고병원성 AI 여부는 13일 검사에서 확정된다.

kjunho@yna.co.kr (고딕강조는 인용자)

 

원앙

조류독감 소동 때마다 나는 오계가 왜 이런 소동을 벌여야 하는지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다. 저 기사에서 언급하듯이 자칫하다간 연산 오계는 멸종을 피할 길이 없다. 특정한 지역에서 특정한 농가만 키우는 폐쇄성 때문이다. 조류독감 발생이 빈발하자, 문화재청에서는 상주 외딴 곳에다가 분산 피난처까지 마련했지만, 과연 이것이 오계 보존 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혹 두 군데 모두 조류독감이 발생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지금의 폐쇄적 보호정책이 외려 천연기념물을 멸종의 위기로 몰아가지 않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천연기념물 보호의 근본적 이유를 물어야 한다. 그것은 무엇인가?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을 멸실의 위기에서 구해내는 것이다. 그것을 구해낼 방책이 뻔 한데도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하면 구해낼 수 있겠는가? 대량 증식하거나, 대량으로 각지에 분배하면 간단히 해결한다. 대한민국이 미덥지 않으면 이웃 중국이나 일본 혹은 몽골 같은 데다가 입양할 수도 있지 않는가? 그것이 이 땅에서 멸종하면 외국에서 살아남은 그 종자를 들여오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문화재의 천연기념물에 해당하는 개념이 환경 관련 법률에서는 멸종위기동물이다. 왜 멸종위기동물로 지정해 보호하는가? 말할 것도 없이 멸종위기에서 구하고자 함이 아닌가? 멸종위기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대량 증식을 하면 된다. 물론 이 대량이라는 말에도 현재의 생태계가 그것을 수용할 한계 내에서라는 제한은 있어야 한다. 

나는 시종일관해서 논산 오계는 대량 증식 혹은 각지 분양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궁극으로는 오계를 천연기념물에서 지정 해제해야 한다. 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가? 모든 천연기념물이 그런 것은 아니나, 종 자체가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은 그것을 그 위기에서 구할 방책이 있다면, 그 방식을 통해 천연기념물에서도, 그리고 멸종위기동식물에서도 구제해야 한다. 그 해제가 바로 그 지정 정신이어야 한다. 


수달기념메달


다시금 말하지만 천연기념물 지정은 그 한정된 개체를 그대로 고정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념물 해제가 목적이어야 한다. 멸종에 의한 해제가 아니라 증식을 통한 안정 개체 확보, 이것이 진정한 천연기념물 지정 목적 아닌가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제는 개체수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원앙은 이젠 천연기념물에서 풀어주어야 한다.

수달 역시 마찬가지다. 수달은 이젠 개체수가 넘쳐나서 대한민국 전 산하를 뒤엎어 계곡마다 물고기 씨를 말리고, 가재를 없애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그 개체수가 넘쳐 도심에도 자주 출현해 횟집 수족관을 털기도 한다. 그럼에도 왜 과감히 지정 해제하지 못하는가?

그 해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하거니와, 그 해제가 곧 그 해제한 동식물에 대한 무차별한 포획을 보장하는 일은 아니다. 수달과 원앙이 천연기념물이 아니라 해서 그것을 맘대로 총을 쏴서 잡고, 그물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까지 각종 동물보호협회니 조류협회니 하는 단체 눈치만 보며 안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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