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산 성거산 아래 천흥사 존재를 증언하는 문헌으로는 언제나 신증동국승람을 인용하거니와, 그 권 제16 충청도忠淸道
직산현稷山縣을 기술하면서 그 산천山川과 관련해, 이를 둘러싼 산으로는 현縣 서쪽 3리 지점에 있으면서 이 고을 진산鎭山인 사산蛇山을 필두로 성거산聖居山, 양전산良田山, 망해산望海山을 들거니와
양전산良田山은 글자 그대로는 토질이 좋은 산이라는 뜻이며, 망해산望海山은 바다를 조망하는 산이라는 뜻이어니와, 이곳에서 바다를 볼 수 없거니와 그만큼 사방을 조망하기 좋다는 뜻에서 딴 것이 아닐까 한다.
저들 중에서도 성거산聖居山을 일러 다음과 같이 상술한다.
在縣東二十一里。高麗太祖嘗駐蹕于縣西愁歇院,東望山上有五色雲,以爲有神祭之,遂稱聖居山。我太祖、世宗幸溫泉時,亦祭之。
고을 동쪽 21리에 있다. 고려 태조가 일찍이 고을 서쪽 수헐원愁歇院에 거동했다가 동쪽을 바라보니, 산 위에 오색 구름이 있기에 이는 신神이 있는 것이라 여겨 제사하고, 드디어 성거산聖居山이라 일컬었다. 우리 태조와 세종이 온천에 갈 적에도 이에서 제사를 지냈다.
현 동쪽 21리 운운하는 기점은 말할 것도 없이 직산현 치소治所다. 현령이 근무하던 관공서 말이다. 요즘으로 치면 시장이나 군수가 있던 시청사나 군청사다.
그런 관공서는 거개 다 없어졌으므로 이를 찾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 지역 향교 좌표를 찍는 것이다. 이 향교는 거개 살아남았고 그것은 대개 관공서 바로 옆에 위치한다. 이와 관련해 저 신증에서는 직산향교鄕校가 현 서쪽 1리 지점에 있다고 기술한다. 결국 그 근처가 관공서 자리다.
물론 관공서도 더리 옮기기도 하니 이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직산향교 내력은 내가 자세히 조사하지 못해 일단 현재의 자리가 고정한 것으로 간주한다. 직산향교 역시 살아남았으니 이를 좌표에 찍으면 아래와 같다.
이를 기준으로 서쪽 21리 지점을 성거산으로 거론한 것이다. 지도를 기준으로 보면 그 서쪽 지점에 해당하는 현재의 산은 성거산보다는 외려 위례산이다. 해발 500미터가 넘는 위례산과 그 아래 성거산 일대를 성거산이라 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거니와, 이런 짐작은 같은 직산현 관련 신증 기술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거니와
그 고적古跡으로 위례성慰禮城을 들면서 이르기를
在聖居山。土築。周一千六百九十尺,高八尺。內有一井。今半頹圮。
성거산에 있다. 흙으로 쌓았는데, 둘레가 1천 6백 90척이요, 높이가 8척이며, 성안에 우물 하나가 있다. 지금은 반쯤 무너져 있다.
이에서 분명 현재의 위례산을 성거산으로 지목했음을 엿본다.
암튼 현재의 지도로 보면 직산향교를 기준으로 현재의 성거산이라 일컫는 산은 남쪽으로 약간 치우친 동쪽 지점에 위치하는 것은 맞다. 직산현 일대 불우佛宇, 곧 사찰로는 아래를 거론하면서 그 위치는 이렇게 말한다.
구암사龜菴寺,만일사萬日寺,신암사新菴寺。모두 성거산에 있다[俱在聖居山。]
미라사彌羅寺。양전산에 있다[在良田山。]
이는 당시 운영하던 사찰을 거론한 것이어니와, 이 중 만일사는 지금도 존재한다. 나머지는 내가 이쪽 사정에 밝지 못해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천흥사는 사정이 어떤가? 이는 이미 신증 편찬 당시에 폐허가 된 까닭에 고적 항목에 아래와 같이 보인다.
天興寺。在聖居山下。今廢。有唐時所豎銅檣。
“성거산 아래에 있는데 지금은 없어졌고, 당나라 때 세운 동장銅檣이 남았다.”
다음 문제로 넘어가기 전에 계속 하나가 목구녕에 걸린 가시 같은 존재가 등장함을 본다. 고려 태조가 동쪽 산을 바라보고는 신이한 기운이 있어 그곳을 성거산이라 했다는 수헐원愁歇院 말이다. 이 수월헌이 무엇이며 그곳은 어디인가? 이를 해명해야 한다.
나중에 드러나겠지만 글자 그대로는 근심이 있어 머무는 곳이라는 이 수헐원이 천흥사의 위상을 점검하는 데도 결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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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천흥사論] (1) 만남의광장 봉선홍경사와 톨게이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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