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웃기는 듯하지만,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영어 역시 마찬가지라, AI 자동번역이 발달할수록 그것을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나는 그만큼 더 영어를 잘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
이거 믿고 넋 놓고 있다가 개망신 당하기 십상이라, 예컨대 우리네 동네에서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석가탑이니 다보탑이니 하는 탑만 해도,
우리가 말하는 탑이라 하면 stupa 혹은 pagoda 정도가 되면 좋겠지만, 넋 놓으면 tower가 되어버려 에펠탑과 같은 기념탑으로 둔갑하고 만다.
물론 우리가 말하는 승탑을 저리 말해도 아주 썩 틀린 말이라고도 장담하기 힘들겠지만, 전연 의도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는 아주 간단한 보기지만, 세부로 들어가서는 복잡다기하기만 해서, 고고미술사만 해도, 우리네 특유한 표현들이 있어 그것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AI도 결국 훈련과 학습이 필요해 이런 것들을 일일이 주입해야 한다.
예컨대 활용도가 부쩍 높은 네이버 자동 번역 시스템 한국어-영어 번역 시스템에 장경호長頸壺를 넣어보면
a long-range lake
라는 듣도보도 못한 번역 대응어가 뜨는데, 자동번역 시스템 믿고 넋놓고 있다간 이런 참극이 빚어진다.
![](https://blog.kakaocdn.net/dn/vz4Nn/btsxLjyH8TH/ksWQZ3FGu8fuiZMK2c6IW0/img.jpg)
요새는 학계에서는 아직 왜색 찌꺼기 따라 하느라 여념이 없다만, 그래도 박물관 같은 데서는 이제 저런 국적없는 일본식 용어는 거의 사라져 가는 형국이라, 저 장경호만 해도, 긴목 항아리 같은 식으로 그 말 만으로도 무슨 뜻인지를 짐작케 하는 용어를 선호하거니와 참고 삼아 긴목 항아리를 넣어보니
a long-necked jar
라는 비교적, 아니 아주 정확한 번역어가 뜸을 본다.
![](https://blog.kakaocdn.net/dn/bI4K8P/btsxh5391B7/tvAYbo5qC6OGIfdukO3mhk/img.jpg)
결국 이 작은 보기를 통해 정확한 번역을 위해서는 위선 한국어 개념이 정확해야 하며, 그것을 쓰는 사람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나아가 그 번역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만큼 영어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비단 AI 자동번역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기술발전은 그에 따르는 무수한 새로운 정보습득과 그 활용 기술 수반을 요구한다.
요컨대 제아무리 자동번역 기술이 발달해도 그것을 내가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죽어나사나 내가 영어를 그만큼 잘해야 한다. 그래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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