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고선 개념을 강조한 지도다. 메르카도르 지도라 실제 크기를 반영하지는 않는다.
똥색이 짙을수록 고도가 높다.
이걸 보면 적어도 등고선이라는 개념에서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이집트 나일강 유역은 일정한 공통분모가 있다.
둘 다 큰 강을 낀 충적대지를 중심으로 동시대 다른 지역에 견주어 훨씬 일찍 그것도 고도로 발달했다.
문제는 그 다음
마라톤으로 치면 42.195킬로미터 중 전반기 10킬로미터 구간은 열라 속도를 내서 열라리 다른 주자들 따돌렸다.
한데 금방 지쳐버렸다. 나가 떨어졌다.
한 번 나가 떨어지고선 도대체 회복을 몰랐다.
신기하게도 두 지역은 동시에 급속도로 몰락했다. 짜맞춘 듯이 몰락했다.
왜 몰락했을까?
저 시대 저 지역을 연구하는 역사가들은 이제 이 물음에 대답해야 한다.
왜 쫄딱 망했는가?
얼마나 쫄딱 망했기에 쫄딱 망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물경 2천500년이나 회복을 하지 못하고 빌빌 싸는가? 이를 물어야 하고 이를 대답해야 한다.
하지만 저 시대 저들을 파고든 이들(우리는 그들을 대체로 역사가라 이름한다)은 상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저들이 얼마나 고도하는 문명을 구가했으며, 그것을 개척했고, 그렇게 구축한 고도가 훗날 세계 문화사에 어떤 족적을 남겼는지 그 화려 찬란 영광만 이야기하느라 혼을 빼앗겼다.
왜 그랬을까? 그걸로 장사가 됐기 때문이다. 굳이 흥행성 없은 패배 몰락을 이야기할 이유가 없었다.
그만큼 저 땅 저 두 제국은 언제나 달콤과 영광, 언제나 세계 최초를 선사했기에 굳이 왜 재미없는 결말을 이야기하겠는가?
나는 저에서 역사가의 음모를 본다. 죽음을 빼버리고 청년기만 하이라이트로 주구장창 틀어댔다.
내가 보건대 그 결정적인 하자는 폐쇄성에 있다. 자급자족 시스템을 구비한 두 지역 사회가 공통으로 봉착한 문제였다.
두 지역은 실상 그 자체 완비한 구조 혹은 그에 가까워서 외부 수혈이 필요가 없었다.
지들끼리만 해도 잘, 혹은 그런 대로 먹고 살았다.
그렇게 해서 모아둔 돈 펑펑 쓰며 호의호식하며 잘 지냈다.
그 국고가 이내 바닥 났다.
한창 잘 나갈 때 비축해둔 창고가 이내 텅텅 비고 말았다.
다시 일어서려 했을 때, 문제는 이 이웃 헐벗은 채 호시탐탐 힘을 키우던 세력이 이제 힘이 빠진 사자 두 마리를 가만두지 않았다.
하이애나처럼 떼로 덤벼들었다.
저들은 저 산을 타고 물밀 듯이 쳐들어왔으며, 저 사막을 건너 나일강 유역을 침범했다.
어느 누구도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맥없이 당했다.
청말 중국이 그렇게 맥없이 꼬꾸라졌듯이 늙은 제국 이집트와 오리엔트는 그렇게 무너졌다.
저 자급자족이 가능한 폐쇄하는 구조, 나아가 그런 까닭에 밖으로 나갈 이렇다 할 이유가 없었던 그들은 집구석에서 마지막 성찬을 즐기다 맥없이 나가 떨어졌다.
안주는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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