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증동국여지승람을 읽다가>
<하얀거탑>에서 이 과장님이 "성경은, 인문학의 보고야."라고 하듯, 많은 역사학, 사회학, 지역학, 문학 연구자들은 아마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우리네 학문의 보고야."라고 하지 않을까.
16세기까지 조선의 지리정보와 풍속, 문화, 그 고을과 관련된 시문 등등이 집대성한 지리지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업데이트가 드문드문 되었다는 게 문제겠지만.
어쨌건,
그 승람 전라도 제주목 조에도 재미있는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그걸 읽다가 흥미로운 구절 하나를 옮겨본다.
조리희照里戲
매년 8월 15일이면 남녀가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추며 왼편 오른편으로 나누어 큰 동아줄 두 끝을 잡아당겨 승부를 결단하는데 동아줄이 만일 중간에 끊어져서 두 편이 땅에 자빠지면 구경하는 사람들이 크게 웃는다.
이것을 조리照里 놀이라고 한다. 이날에 또 그네 뛰는 놀이와 닭 잡는 놀이를 한다.
육지에서 햇과일과 햇곡식을 놓고 제를 지내던 추석날, 제주에서는 줄다리기를 했다.
줄이 끊어질 때까지 했다니 어지간히 공들여 경기를 했던가보다(<오징어게임> 생각이...).
중국의 경우 당나라 때 궁중에서 신료들이 줄다리기를 했다는 기록이 꽤 많다고 하며, 이는 풍년을 가져온다고 했다 한다(<장안의 봄>에서 읽은 내용인데, 아마 그 원 뜻은 좀 달랐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제주에서도 그런 뜻을 담아 8월 15일 줄다리기를 했던 것일까.
아마 이에 관해서는 민속학, 인류학 쪽에서 연구가 어마어마할 줄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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