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상여司馬相如는 복성復姓이라 사마가 성씨다.
이름 상여는 영웅호걸이 득시걸하는 직전 전국시대를 아로새긴 사람 중 한 명인 인상여藺相如를 흠모해서 따와서 그 스스로 훗날 지었다.
하긴 나 같아도 아무리 조상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라도 바꿨겠다. 왜? 애초 이름이 견자犬子, 개시끼였으니 말이다.
물론 개새끼라고는 안했겠지? 강아지 정도로 불렀을 테니 말이다.
바꾼 이름에는 그의 지향 이데올로기가 있다. 나도 인상여처럼 세상을 주름잡고 싶다! 이 열망을 공포한 것이다.
동 시대 동중서나 마찬가지로 문경지치文景之治를 자양분으로 삼고 자란 그는 집이 부자였다. 와! 말로만 듣던 그 금수저!
아버지 백으로, 돈으로 중앙 정계에도 미관 말직 무관으로 들어가 황제를 호위한다.
하지만 말이 근시직이지 나는 황제를 알지만 황제가 내 존재를 알리오? 무명에 지나지 않았다.
절치부심 셀렙이 되고자 열망한 그에게는 다른 무기가 있었다. 세 치 혀, 바로 야부리였다. 독서를 좋아했으니 이것이 밑천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대중이 열광하는 일을 하자. 그러면 황제도 나를 알아주지 않겠는가? 세상을 들었다놨다 하는 시인이 되자!
당시는 부賻의 시대였고, 그 시대 흐름은 허탄한 말로 과장을 일삼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생전 보지도 못한 풍경도 가서 직접 본 듯 씨부렁거렸으니, 모로 가건 바로 가건 천하 어디에도 있을 수 없는 선경仙景 명승明勝을 문학은 그려냈으니 어벤져스 시대였다.
야부리 천재 그에게는 이 일이 딱 적성에 맞았다.
다만 문제는 없지 않았다. 당시 황제 경제는 이런 문학이 부화浮華하다 해서 싫어했다.
하지만 기회는 왔다. 내 인생 이걸로 종치나 실의한 나날을 보내는데 제후왕인 양梁 효왕孝王이라는 자가 중앙 정치 무대에 나타나 황제를 알현하는데 보니 떨거지를 잔뜩 대동했다.
제齊 출신 추양鄒陽, 회음淮陰 출신 매승枚乘, 오현吳縣 출신 장기莊忌가 그들이라 어랏! 만나보고 이야기 나눠보니 이 친구들이 나랑 죽이 맞네?
그 자리서 사표 던지고선 효왕을 따라 내려갔다.
그쪽에서 몇 년을 기식하며 내 이름을 알릴 명작 하나를 마침내 쓰는데 그것이 자허부子虛賦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베스트셀러 작가라 해도 먹고살 길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이 아닌 바에야 개털이다.
그에다가 미관말직 전전하며, 또 친구들 따라 강남 가서 셋방살이 전전하는 것까진 좋았지만 그 막대한 재산이라는 재산은 다 까먹고 빈털털이 알거지 되어 낙향한다.
마침 오야붕 효왕까지 죽었으니 스폰서도 사라지고 말았다.
거지가 살아남는 법은 주인을 잘 만나는 일보다 좋은 게 없다. 양 효왕을 상실한 그에게 새로운 스폰이 나타났으니 성도 일대 한 고을 임공臨邛을 다스리는 현령 왕길王吉이었다.
급은 효왕한테는 미치지지 못했지만, 그래도 현령 정도라면 붙어먹을 만했다. 그리하여 그곳 관사 한 켠을 원룸으로 빌려 기식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왕길은 상여한테 이런 손길을 내밀었을까?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저 놈 아무리 봐도 나중에 크게 한 자리 해 먹을 듯한데, 그때를 위해 미리 투자를 해놓았다가 저 놈이 성공하면 뽕을 뽑자!
왕길이 지닌 막강한 무기도 있었다. 임공이라는 데는 부자 동네였다. 강남이요 수서요 송파였다. 장사로 떼돈을 버는 사람이 득실득실했다.
그런 떼부자 중에 탁왕손卓王孫이라는 이가 있었다. 집에서 부리는 노복이 800명이요 이리저리 집안 일 도맡아 주는 다른 사람이 수백 명이었으며, 걸핏하면 하루 빈객이 백명을 헤아렸다.
상여는 병약한 체질을 달고 다녔으나, 얼굴이 잘 생겼고, 무엇보다 그 병 때문에 피부가 희여서였는지 여자들을 후려치는 재주가 있었다.
그는 가창력 구비한 K팝 가수이기도 했으니, 노래방에 들렀다 하면 좌중을 들었다놨다 했다.
다만 그는 노래를 직접 부르기보다는 연주를 선호했다. 특히 거문고는 천하제일이었다. 이 재주를 대개는 드러내지 않고 살았다.
하루는 왕길이 자리를 주선해 이 떼부자 탁왕손을 소개시킬 요량으로 상여를 데려 갔다.
열전에는 마지 못해, 마침 컨디션이 좋지 못해 가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끌려갔다 했지만, 조용필이 초대했는데 그래 가주마 해서 단 칼에 오는 법 없다.
속으로는 가고 싶은데 가오가 있어 마지 못해 거절하는 척 했을 뿐, 실은 이제나저제나 불러주길 기다리던 터였다.
상여로서는 건곤일척하는 순간이 왔다.
"내 인생 여기서 쫑 나나" 낙담하며 실의에 빠져 지내던 그에게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이 자리를 놓치면 더는 재기할 기회가 없다! 잘하자! 잘해서 상여 팬클럽 만들고, 그 팬클럽 회장님 덕 좀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장래의 팬클럽 회장을 녹여놔야 했다.
거문고를 천천히 끌어당긴 그가 줄을 튕기기 시작했다.
빈객 백 명이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손끝을 떠난 선율이 문지방을 넘어 어디론가로 흘러들어갔다.
그 연주에 넋이 나간 농염하면서도 아름답기 짝이 없고, 무엇보다 패리스 힐튼을 능가하는 대재벌 상속녀가 그 소리를 숨죽이며 듣고 있었다.
[고주몽 건국에의 길] (1) 기생 출신 싱글맘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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