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가 찜한 TV] 우리가 그리워한 히어로, '김사부2' 20% 목전
송고시간 | 2020-01-15 08:00
익숙하지만 촘촘한 만듦새와 한석규의 힘, 시즌 거듭해도 강력
이국종 만나러 몰려든 취재진.15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군항에서 열린 해군 순항훈련전단 입항 행사에 기자들이 몰렸다. 그가 작금 한국사회에서 어떤 위상을 지닌 뉴스메이커인지를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연합DB
케이블 채널 활성화에 따라 요즘은 채널을 켜서 만나는 프로그램도 이거이 본방인지 녹화인지, 녹화라도 그거이 어제 것인지 전달 것인지, 아니면 몇 년 전 것인지도 모르는 판국이라, 다만, 내가 최신 흐름이랄까 하는데서 조금은 얻어 걸리는 대목이 근자 기사로 다루는 사안 혹은 프로그램으로 기억에 남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는 제목처럼 시즌2라, 갓 시작했다는 소식을 봤으니, 어쩐지 며칠 전부터 이런저런 채널 돌리다가 용케 그것이 걸려들어 보게 되었는데, 드라마와는 관계없는 인생을 산 나한테도 이 드라마는 그런 대로 볼 만해서 1~3회분인가를 봤다. 시즌1도 군데군데 봤는데, 인상으로는 시즌2가 1보다 나은 듯하다.
한석규에 의한, 한석규를 위한, 한석규의 드라마라 할 만한 김사부가 요새 좀 인기이긴 한가 보다. 의료계에서는 더 고된 분야라 해서 지원자가 없다는 외과 응급실을 소재로 하는 이 드라마가 화제인 이유야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거니와, 내가 그것을 논할 수는 없고, 다만, 언제나 이 드라마가 묘사하는 김사부는 현실세계의 어떤 외과의와 오버랩할 수밖에 없는 숙명이 있으니, 그가 아주대병원 이국종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아덴만의 신화라 해얄까 하는 사건으로 일약 국민닥터로 떠오른 이국종 역시 다른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여러 층위가 있을 것이다. 그를 실제로 잘 아는 사람들한테 통용하는 이국종이 있을 것이며, 그와는 관계없이 그에게서 우리가 원하는 의사 모습을 투영한 그런 이국종도 있을 것이다. 하나 분명한 점은 드라마가 투영한 낭만닥터 김사부는 분명 후자로서의 이국종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개인 이국종을 아는 바가 없으니, 그에 대해서는 그 어떤 언급도 삼간다.
드라마가 그리는 김사부는 그가 몸담은 돌담병원? 인가 하는 강원도 정선의 작은 병원이 속한 거대 의료재단 이사장이라는 거대 악과 시종일관에서 싸운다. 물론 이 거대악과의 싸움에서 김사부는 1편이 그랬던 것처럼 종국에는 승리를 구가할 것이다.
이런 김사부가 현실세계의 이국종과 묘한 접점을 이루기 시작했다. 아주 절묘한 타임에 실로 절묘하게 터졌다.
13일 MBC 뉴스데스크가 공개한 아주대학교의료원 유희석 원장과 이 병원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을 보면, 전자가 후자를 향해서 이렇게 괌을 질러댄다.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가 말이야. 나랑 한판 붙을래 너?"
그러자 이 교수는 "아닙니다"라고 답한다.
현실 세계의 아주대병원과 김사부의 돌담병원은 그 주역이 원장과 이사장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여러 모로 닮은 듯한 인상을 준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현실세계의 이국종을 모른다. 다만, 현재의 이미지로 각인한 이국종을 말할 뿐이다.
김사부와 아주대병원은 그 둘의 대립하는 자세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아마도 대학 동기였을 법한 이사장을 김사부는 개떡같이 보고, 실제로 개떡처럼 취급한다. 돌담병원에 나타난 이사장더러 "너 여긴 왜 왔냐?"고 빈정댄다. 한치 꿀림이 없다.
그에 견주어 저 전화녹취록에 나타난 이국종은 아주대병원장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일방으로 얻어터질 뿐이다.
이런 차이가 있지만, 아무튼 현실세계에서 터진 이국종 전화녹취록은 실로 묘하게도 김사부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서로에 대한 투사라 할 만큼 닮았다. 그 녹취록이 마침 갓 방영을 시작한 김사부 열풍에도 일정한 기여를 안한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김사부는 실력, 그리고 그 자신이 옳다고 믿고, 사회 전반이 옳다고 믿는 그 신념으로 시종일관 거대악과 대결하는데, 현실세계의 이국종은 분명 병원장에 견주어서는 권력의 크기에서 비교가 되지 않거니와, 이런 그가 시종해서 기대는 곳은 미디어다. 이국종이 믿는 것은 미디어와 여론이다.
이런 일에 이렇게, 저런 일에 저렇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국종이 미디어시대에 최적화한 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때마다 한다. 이국종 자신은 어찌 평가할지 모르나, 사안이 터질 때마다 이국종은 승리했다. 왜? 여론은 이국종 편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어찌 흘러갈까? 이번에도 결국은 이국종이 이기는 모습을 연출할까? 일단은 이국종이 유리한 국면이다. 왜? 무슨 일인지, 어떤 사연인지 알 수는 없으나, 아무튼 전후맥락 다 짤리고 부분 공개된 녹취록 그 자체만을 보면, 원장이 나쁜, 아주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저 통화는 언제, 어떤 일로 이뤄진 것일까? 앞뒤로 무슨 일이 있었을까? 편집은 누가 했을까? 이국종일까 방송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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