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치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어 아직 완벽하게 해명된 상태는 아니다.
다만 그거 죽음 이전에 어떤 이유에서건 쫒기고 있었으며
추적자들과 몇 차례 격투를 벌였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외치 오른쪽 손에는 아주 깊게 패인 상처가 존재하는데 아마도 이 상처 역시 그가 미지의 암살자와 다투면서 입은 상처일 수도 있게 되었다.
최근까지 축적한 연구 보고를 종합하면
그가 죽기전 매우 복잡한 형적을 남기며 이리저리 피해다녔던 것으로 보인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그는 산 위에 있다가 한때 산아래로 내려왔다가 다시 산위로 올라가 최후를 맞는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최소한 세 차례 격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마지막 세 번째 조우에서 그는 화살을 맞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거 쫒기며 무엇을 먹었는지, 언제 먹었는지도 현재는 거의 확인되어 있는 상태다.
쫒기는 동안 그는 끊임없이 화살촉을 갈았고 화살을 준비한 듯하다.
그는 범죄자였을까 아니면 선량한 희생자였을까?
이에 대한 정확한 대답은 아직 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 연구성과로 어느정도 상황을 재구성해 보자.
(1) 나이 40대 중반의 외치는 가지고 있는 소지품을 볼 때 사회적 신분이 좀 되는 사람이었다.
그 시대에 고가품임이 틀림없을 순동 도끼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만 봐도 이 사람이 사회적으로 유력자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 외치는 사망 당시 구리 도끼 외에도 부싯돌 키트, 돌 단검, 나무껍질로 만든 용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옷은 세 벌을 껴입고 레깅스와 곰가죽으로 만든 신발을 입고 신고 있었다.
(3) 외치는 죽기 전 원시적 형태의 빵을 먹었다. 곡물을 갈아 만든 가루를 가지고 빵을 만든 것 같은데 빵에는 돌가루가 포함되어 있었다.
산양고기도 먹은 것 같다.
최종적으로 죽음을 당할 때까지 식사는 여러 차례 거르지 않고 할 수 있었다.
(4) 외치는 죽기전 6개월 사이에 최소한 세 번의 질병을 앓았지만 그가 사망한 원인과 직접 관련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5) 외치는 편충에 걸려 있었다. 물론 죽은 이유와는 상관 없다.
(6) 활과 화살을 가지고 있었는데 계속 화살촉을 갈고 쏘아야 했던 상황이었던 것 같다.
급히 화살대를 다듬었던 흔적도 있다. 서둘러 화살대를 다듬었다는 것은 이전에 가지고 있던 화살을 다 사용했다는 뜻이다.
아마도 화살을 모두 발사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있지 않았을까.
(7) 외치는 손에 아물기 시작한 상처가 있었다. 이것은 격투 때 입은 상처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으므로 죽기 며칠 전 입은 상처일 것이다.
이 상처를 입은 사건과 사망한 사건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을 수도 있다.
(8) 꽃가루 분석을 해보면 그의 마지막 이동 경로를 짐작할 수 있다.
외치가 (손에 입은 격투 사건 후) 마을을 떠난 것은 봄철이다.
처음 소나무가 많이 있는 지역까지 높이 올라갔다가 다시 낮은 곳으로 내려 온 다음 그가 죽기 전 하루나 이틀 전, 사망한 장소까지 다시 올라갔다.
뭔가에 쫒기고 있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9) 그가 마지막으로 죽을 때 등뒤에서 쏜 화살을 맞았다.
화살은 대혈관을 건드려 즉사하지 않았더라도 몇시간 못 살고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다)
(10) 쓰러질 당시 앞으로 넘어졌다면 방어적 행동을 전혀 못한 상태에서 의식 없이 넘어진것 같다.
얼굴을 눈속에 그대로 쳐박았고 팔의 자세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취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이 과정에서 외치의 기묘한 팔 자세와 입술 모양이 결정되었다.
(11) 외치를 쏜 사람은 굳이 화살대를 뽑았다 것 같다.
화살촉은 몸안에 남았으므로 그의 목적은 "화살대를 뽑는"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 화살대를 그대로 두면 쏜 사람의 신원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화살대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마치 총을 쏘면 남은 증거로 어떤 총에서 발사한 것인지 추적할 수 있듯이 당시 사람들은 화살대만 보면 누구 화살인지 알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치를 쏜 사람은 자기가 누구인지 감추고 싶었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살인자는 사회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당당한 집행자는 아니었던 듯도 하지만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
화살대가 원래 있었는데 사라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2) 외치를 쏜 사람은 강도가 아니다. 값나가는 물건인 구리도끼를 남겨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의 목적은 단지 "외치를 죽이는 것"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구리도끼를 들고 다니면 자신이 그를 죽인 사실이 탄로날 수 있으므로 그의 물건은 손도 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는 외치가 잘 아는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13) 외치가 쓰러진 후 바로 눈이 내렸고 그는 빙하에 묻혔다.
20세기 후반에 다시 발견될 때까지 그가 밖으로 노출된 것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5,000년만에 햇빛을 다시 본 것이다.
20세기 들어 발견된 고고학적 성과 중 외치처럼 말 많고 시끄러웠던 것은 별로 없다.
외치는 5,000 년 후에 발견되어 많은 과학자들, 고고학자, 역사가들에게 연구할 주제를 던져주었고, 또 알프스 자락의 이 촌구석 동네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왜 그가 나이를 그렇게 많이 먹은 상태에서 가족의 애도속에 죽지 못하고 알프스 산꼭대기에서 누군가 그의 목숨을 노린 사람의 화살을 맞고 쓸쓸이 죽어가야 했을까.
아직도 이 의문에 대해서는 많은 추정이 나오지만 이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더 규명이 어려울 것 같다.
사실 미라를 연구하다 보면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짐작도 못하는 것이 태반인데
이 경우 여기까지 밀고 온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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