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방 전 한국사람들은 모두 독립운동을 했고,
광복절 당일 일제히 모두 거리로 달려나가 만세를 불렀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당시 한반도에서 살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평양 전쟁의 전황을 전혀 몰랐고,
마지막까지 국내에서 버티던 박헌영도
해방은 도둑처럼 왔다고 뭐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했을 정도이니
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사람은
아마 이승만, 김구, 김일성 등 해외에 있던 사람들로
이들이 해방 이후 정부수립까지 주도권을 쥔 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라 하겠다.
그럼 나머지 국내에 살던 수천만은 조선사람은 과연 무엇을 했느냐
하루하루 힘겹게 먹고 살기 바빴다.
우리 대부분의 할아버지들은 그랬다.
우리 생각으로는 독립운동가로 가득차 있었을 것 같은 한반도에
1945년이 되면 독립운동가는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심지어는 30-40년대까지 우파에 대해 우위를 점하고 있던 좌파 계열 운동가들도
거의 체포 당해 뿌리가 뽑인 상태였고
만주 일대에서 활동하던 사람들도 1940년대 초반에는 러시아 령으로 도피하거나
상해에서 활동하던 이들도 중국 내륙으로 이동해 있었다.
어쨌건 그렇게 얼떨결에 한반도에 해방이 왔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루하루 먹고 살던 양반들,
우리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무 의미 없는 인생을 살고 있었던 것일까.
그게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해방이후 한국을 거지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끌어올린 우리들 아버지 세대와
할아버지 세대는 사실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이들 대부분은 일제시대에는 독립운동을 하지 않고,
해방이후에는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한국을 사실 거지 반 봉건 국가에서 근대화를 거쳐 선진국까지 끌어 올린 것은
이 아무것도 모르고 일만 하고 있었던 것 같은,
국가의식도 없어 보이는 일반 무지랭이들이었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역사책에는
20세기 한국인의 생활이 전혀 없다.
일제시대나 독재시대의 생활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른다.
그래서 이 시대 독립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은 엄청난 페이지를 할애하지만,
그 시대 한국인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고
관심도 없다.
사나이로 태어나 독립운동이나 민주화 운동 정도는 해야
역사책에 쓸만하다고 생각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천상의 이야기만으로 송나라 역사를 다 쓸 수 있겠는가.
그것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지금 한국 근현대사다.
역사서술이 이 모양이다 보니
구한말 완전히 거지떼처럼 살고 있던 사람들이
불과 백여년만에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살게 된 것인지
역사책 읽어 봐야 하나도 그 대답을 못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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