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도 이제 정년까지 한 손 손가락 조금 더 남았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단행본으로 내고
정년 후 지금과는 전혀 달라질 공부의 판을 새로 짜기 위해
자못 바쁘다 요즘.
어쨌건 필자도 연구 경력이 이제 30년을 바라보고 있어서
나름 이 판에서 오래 굴러먹던 경력이 쌓이게 되었다.
30년 동안 한국에서 연구라는 것을 해 보고 이제 앞길을 전망해 보자면,
미안하지만 우리나라 학문의 성장은 지금이 오를 수 있는 한계다.
우리나라 학계가 지금 절대로 국제무대에서 1류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
결국 앞으로도 한국의 대학은 2류 언저리를 머물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필자가 비관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다 제쳐놓고
우리나라 대학에는 연구에 미친 놈이 별로 없다.
머리 좋은 사람은 많다.
오히려 머리 좋은 사람들은 외국보다 훨씬 많아 보이는데
왜 연구에 미친 놈이 별로 없는지는 필자도 잘 모르겠다.
원래부터 한국인이 연구에 안 맞는 사람들인 건지,
아니면 조선시대 이래 낙후해 있던 지식인 풍토가 지금도 이어지는 탓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처럼 나가면 한국 대학은 영영 이류라는 것이다.
대학에 몸담은 사람들이라면 모두들 공감할 것이다.
이를 대학에 지원이 없어서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엔 지원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는 대학 내부에 있다.
앞으로 몇년 후에는 필자도 대학을 떠날 텐데
그 후 빠른 시일 내에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자, 노벨상 수상자가 속히 나올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필자 또래의 대학 먹물들은
괜히 대학에서 폼잡지 말고
타임아웃되면 빨리 짐싸서 나가주는 게 대학을 돕는길이다.
*** Editor's Note ***
필자 주장과는 달리 연구에 미친 놈은 생각보다는 많다고 편집자는 본다.
다만, 저 냉혹한 현실 인식은 필자랑 편집자가 하등 다를 수는 없다.
머리 좋은 놈도 많고 연구에 미친 놈도 많은데 내가 보는 이류 삼류 사류로 머무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급한 학문 수준 때문이라고 편집자는 본다.
다시 말해 연구열정은 뛰어나지만 뻘짓을 일삼기 때문이라 본다.
전연 방향을 잘못 잡고서는 죽어라 그 잘못된 길만 죽어라 가기 때문이라 본다.
엉뚱한 데를 파기 때문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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