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 이상문학상 사태 공식사과…"계약조건 전면 시정"(종합)
송고시간 | 2020-02-04 16:15
"저작권 인식 부족 통감·통렬한 반성"…올해 수상자 발표 안하기로
대상 '저작권 3년 양도'→'출판권 1년 설정' 변경…우수상은 조건 없어
이 문제가 제기된 초기만 해도 대책을 내놓겠단 말만 하고, 빈깡통 소리만 요란하듯 이렇다 할 반응이 없던 이상문학상 주관 문학사상이 나름 장고 끝에 그 수습책이라고 할 만한 것으로 이렇게 내놨다. 이 정도 마련하느라 그런 장고가 필요했는가 하는 의아함도 없지는 않다.
이상문학상을 제정하는데 간여했다는 이어령 선생 인터뷰가 어디 신문이던가 오늘 아침에 난 걸로 기억하는데, 그의 요점은 출판사도 살고, 작가도 사는 공생을 획책해야 한다는 요지가 아니었나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출판사라고 손가락만 빨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출판사도 뭔가 남기는 것이 있어야지, 명성으로만 살 수는 없다. 명성이 밥 먹여 주지도 않고 쌀도 안 준다.
그래서 그 논란 표적인 3년간 저작권 양도 저걸 출판권 1년 설정으로 낮췄나 본데, 이를 작가들이 어찌 받아들일지는 내가 알 수가 없다. 이 정도면 용납되겠지 하는 그런 마음으로 내놓지 않았을까 하는데, 문제는 지금 한창 작가들이 열이 받은 상태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나 하는 그런 아쉬움도 있다.
작년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최근 절필을 선언한 윤이형
저런 수습책이 나름 윈윈이라 해도, 현재로서는 열받을 대로 받은 작가들이 그래 이젠 됐다 하고 복귀할 명문을 주는 데는 실패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이상문학상이 이런 논란에 휘말리는 까닭 중 하나가 공모전이 아닌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공모전이란 간단히 말해 우리가 이런 문학상을 제정시행한다. 관심있는 작가들은 참여하라....그러면서 공모전 시행자들은 미리 조건을 건다. 가장 자주 보는 조건이 저작권은 누가 갖는다, 꼭 시행사가 갖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갖는다, 덧붙여 출판은 어디에서 독점으로 한다. 이런 조건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제약에 따른 보상도 있기 마련인데,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상금이다.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시행하는 수림문학상도 이렇다. 수림문학상은 저작권을 작가와 연합뉴스, 그리고 재단 3자가 공동으로 보유한다. 출판은 연합에서 한다. 그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화한다면, 그에 따르는 수익 배분도 삼자가 동등하게 한다. 이렇게 해도 저작권 관련 논란이 있을 수가 없는 까닭은 애초 그런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상금도 적지 아니해서 5천만원인가 주어진다. 대부분 생계가 어려운 작가들한테 5천만원은 적지 않은 단비다. 그러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까닭에 무슨 이견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상문학상은 공모전이 아니다. 나름 설정한 자격 요건을 구비한 기존 작가 작품 중에서 골라 선정하고는 너 이거 선정됐다. 받아라 하는 방식으로 알거니와, 이런 문학상은 공모전에 견주어 장점이 하나 있는데, 공모전이 대체로 신인 혹은 준신인 등용문인 데 견주어 기성 문단에서 꽤 이름 있는 중견들을 수상작가로 끌어들이는 점이 그것이다.
냉혹히 말하자면 이상문학상은 기라성 같은 수상작가들을 키운 문학상이 아니다. 어쩌면 작가들의 명성을 이용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 이걸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이번 수상대상작가들로 수상을 거부한 이들은 꽤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로서는 이상문학상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절박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그 평지풍파에 작년 수상작가 윤이형은 절필을 선언했는가 하면, 그에 앞서 올해 수상작가 예정자들인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는 약속이나 한 듯이 모조리 수상 거부 사태를 일으켰다. 결국 올해는 수상작을 내지 않기로 했다는데, 뭐 우째되겠지...
제44회 이상문학상 관련 물의에 대한 (주)문학사상의 공식 입장
(주)문학사상은 제44회 이상문학상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그간 모든 일련의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깊은 책임을 느끼는 바입니다.
이번 사태로 상처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들께 먼저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들께 큰 실망을 드린 점 역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주)문학사상은 현재 문제가 된 이상문학상 수상자와의 계약 합의 사항에 대해 전면 시정할 것임을 밝힙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의 저작권과 관련한 상세 조항을 시대의 흐름과 문학 독자의 염원, 또한 작가의 뜻을 존중하여 최대한 수정·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 최우선적으로 기존 이상문학상 수상자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계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숙의와 논의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 또한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에 관한 사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정정하겠습니다. 표제작 규제 역시 수상 1년 후부터는 해제하겠습니다. 이는 최소한의, 문학상 운영을 감안한 부득이한 조치입니다.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도 작가와 독자의 의견에 귀 기울여, 보다 바람직하고 현명한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문학사상은 그간 문학에 대한 진정성과 자긍심 하나로 수많은 고비를 지나왔습니다. 월간 《문학사상》 또한 수없이 많은 폐간 위기를 겪으며 현재 지령 568호를 맞았습니다.
본사의 한국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열정을 헤아려 본 사태에 대해서 작가와 독자 제위께 용서를 구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입장을 밝히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최근 경영 악화로 본사 편집부 직원들이 대거 퇴직하며 일련의 상황에 대한 수습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수년간 수상 안내 및 합의서 전달 과정에서 통일된 형식으로 업무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과오를 발견, 이에 대한 사실 확인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또한 본사는 ‘직원의 실수’라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것을 인정하고 사과합니다. 상황에 대한 엄중함과 사태 파악 그리고 작가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해명이 부족했습니다. 관행으로 이루어져오던, 그리고 기준 없이 행해져오던 일들을 직원의 책임으로 전가한 것에 대해 깊은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본사의 폐습과 운영진의 미흡함으로 인해 발생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임을 통감합니다. 매달 시의적인 주제를 담는 잡지를 발간하면서도 시대정신과 시대가 요구하는 감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문학상을 운영했습니다. 근 50년의 역사 안에서 새로움보다 익숙함과 가까이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합니다. 폐습을 끊어내고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예민함을 갖추겠습니다. 통렬한 반성을 통해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독자와 작가가 원하는 문학사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문학사상은 오랜 고민 끝에 올해 이상문학상은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좋은 작품을 선보이신 작가 분들과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손꼽아 기다리셨을 독자 여러분들께 매우 죄송합니다.
이상문학상의 권위를 되찾고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향한 진정 어린 질타와 충고를 기꺼이 수용해 그 어떤 수고도 감당하겠습니다.
낡고 쇠락한 출판사가 다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많은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물의를 일으킨 점 사과드립니다.
※ 애초에 없었어야 할 우수상에 대한 조건이 그동안 일관성 없이 적용된 부분을 인지했고, 앞으로는 제약이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2020년 2월 4일
(주)문학사상 대표이사 임지현
***
역시 예상대로 작가들한테 이번 수습책이 이렇다 할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상문학상 파문 절필선언 윤이형 "선택 되돌리지 않겠다"
송고시간 | 2020-02-05 18:17
김금희·최은영·황정은 등 작가들 "앞으로도 이상문학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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