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시간 | 2020-02-04 15:36
디자인 도용 소송전 막 내려…문화엑스포 현판식 예정
지난 주말이었다. 오세윤 작가와 함께 경주에서 양산 통도사 가는 길목에 보문단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을 지나면서 경주타워를 쳐다보며 내가 말했다.
"저기 이타미 준 저작권 표시되어 있는가?"
"이타미 준? 모르겠는데?"
"저거 표절이거든. 소송까지 벌여서 표절로 판정났거든. 내가 봐도 딱 표절이야."
그 맞은편에는 철근콘크리트로 황룡사 구층목탑 흉내를 낸 호텔인가로 쓰는 건축물이 있다. 그 구층목탑을 저 경주타워 안에다가 쏙 집어넣으면 되는 그런 구조다. 적어도 구조만으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물론 덩치는 그 호텔이 열라 커서 들어갈 수는 없다. 오 작가가 말했다.
"표절은 모르겠고, 황룡사탑도 암놈 숫놈 있다 해서 저 둘을 결혼까지 시켰다야. 호텔이 숫놈, 타워가 안놈이라 해서 ㅋㅋㅋㅋ"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 일생을 다룬 다큐가 근자 선보이기도 했으니, 그 다큐를 보면 저 경주타워 디자인 표절 문제 역시 비중있게 등장하거니와, 나는 대체 어떤 놈이, 어떤 정신머리로 저처럼 담대한 지적재산권 도둑질을 일삼았는지 참말로 알 수가 없다.
세상은 도둑놈 천지라는데, 하긴 뭐 어찌 디자인뿐이리오? 저건 명백히 도적질이라 해서 걸렸지만, 그것이 도적질임을 인정받기까지 대법원까지 가는 참말로 기나긴 법정 투쟁이 있었고, 그런 법정투쟁을 끝내고서도 다시 2차 쟁송이 벌어져 예까지 왔다.
이야기인즉슨 이렇다. 5년간 법정공방 끝에 저 경주타워는 원 저작권자가 유동룡, 곧 이타미 준임이 확정됐다. 그리하여 그 저작권이 이타미 준한테 있음을 표시한 표지석이 2012년에 설치됐다. 하지만 문제는 표지석이었다.
그 표지석은 경주타워 우측 바닥 구석에다가 보일랑말랑하게 놓았다. 근자에는 도색까지 벗겨지는 바람에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은 표지석이요 표지석을 봐도 그 내용을 모를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타미 준
왜 이리 했겠는가? 말할 것도 없이 꼼수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났으니 할 수 없이 표시는 해야 하는데, 그러기는 싫고, 표절이라는 게 쪽팔리니깐 저 따위로 꼼수를 쓴 것이다. 나는 표절을 주도한 놈들은 물론이고, 그에 동조해 표절이 아니라 주장한 놈, 확정 판결이 나고도 저 따위로 표지석을 설치하는데 관여한 놈까지 저놈들은 구족을 멸해야 한다고 본다. 도둑질을 하고도, 그런 도적질을 판정받고도 우째 저럴 수 있단 말인가?
암튼 이렇게 되니 이미 저승길 떠난지 오래인 이타미 준 유가족이 지난해 9월에는 '성명표시' 재설치 소송을 진행했다. 잘 안 보이니, 잘 보이는 데다가 이 건축물은 이타미 준한테 저작권이 있음을 대외에 큼지막하게 선전하는 표지석을 다시 세우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타미 준
결국 이 문제는 경북도지사한테로 넘어갔다. 이 엑스포공원은 재단법인 문화엑스포가 운영주체다. 그 이사장은 경북도지사다. 사태를 뒤늦게 파악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무슨 씰데 없는 소리냐? 표지석 제대로 설치하라고 함으로써 이 상징건축 저작권이 이타미 준한테 귀속함을 만천하게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이타미 준 억울함이 지하에서나마 풀릴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더 억울해서 복장이 터질 일이라고 본다.
지적재산권....그걸 도둑질 하는 행위는 강도다.
제발 쪽팔리는 줄 알자!
나는 큼지막한 표지석뿐만 아니라, 그 표절에 대한 공식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철우 지사가 공식 사죄해야 한다.
사죄로 그칠 일도 아니다. 묘소 가서 참배해야 한다.
그 자리서 도둑질한 행위를 고백하고 그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 그 도적질에 대한 배상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 배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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