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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인더스 문명

인도 고고학 조사 이야기 (3): 발굴장 이야기

by 초야잠필 2018.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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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이 쯤에서 인도 발굴 캠프에 대해 조금 언급해 볼까 한다. 우리나라는 고고학 발굴을 하더라도 현지에서 먹고 자고 야영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인도의 경우는 아직 저개발국인데다가 대부분 발굴이 현대문명과 담쌓은 시골에서 이루어지는터라 캠프의 여건이 좋지 않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이라면 글쎄. 쉽게 버틸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는데 버티더라도 아마 생전 경험해 보지도 못한 상황을 자주 겪게 될 것이다. 

따듯한 물이 수도꼭지에서 철철 나오는 상황은 당연히 없다. 아니 수도꼭지 자체가 없다. 먹는 물은 마을에서 따로 조달하고 허드랫 물은 현지에서 고용된 할아버지들이 큰 가마솥에 데워 놓는다. 이것으로 세수를 할때 쓰고 하루에 한번 정도는 이 물을 양동이에 퍼 가지고 들어가 샤워도 할 수 있다. 내 나이 또래 사람이라면 80년대 농활 정도를 떠 올리면 비슷할 것도 같은데 전기 등 기반 시설은 80년대 우리 농활때 시골 풍경 보다도 못한것이 사실이다. 아마 우리나라 70년대 중반 농촌 정도 아닐까 싶은데 그래도 인도 특성상 먹거리는 풍부한, 그런 상황을 연상하면 된다. 


카르솔라 (Karsola) 발굴 캠프의 아침. 2011년. 세수를 하기 위해 양동이를 들고 돌아다니는 랭턴 선생이 보인다. 인도 발굴 현장에는 나이가 많이 든 서구의 노 학자들이 현장을 누비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2011년. 이렇게 여러 동의 텐트를 쳐 놓으면 그 중 하나는 식당 겸 주방, 나머지는 취침 공간으로 쓰기도 한다. 



텐트는 식당으로만 쓰고 자는 곳은 빈집을 빌려 쓰기도 한다. 2016년. 라키가리 발굴 캠프. 



야외 캠프에는 종종 야생동물이 밤에 들어와 위험하기도 하다. 이를 막기 위해 캠프 주변에는 태양열 광으로 작동하는 전기 펜스를 쳐둔다.



숙소의 풍경. 두개의 큰 가마솥에서 데워내는것이 허드렛 물이다. 먹는 물은 아니다. 이 따듯한 물로 세수도 하고 샤워도 한다. 바로 옆에 쌓여 있는 것들은 소똥이다. 인도는 소똥을 연료료 사용한다. 잘 탄다.



또 하나 알아둬야 할 사실은 발굴 캠프는 거의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가본 모든 발굴 현장 캠프는 모두 다 그랬다. 텐트를 치고 숙영하는 캠프는 물론이고 빈 집을 빌려 캠프를 차리는 경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건물 안에 제대로 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기를 아예 못쓰는 것은 아니고 들고 들어간 발전기를 돌리면 쓸수 있긴 하다. 대개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기름 발전기를 가동하여 전기를 쓴다 (이 동안에 컴퓨터는 충전을 시켜야 한다). 전기도 못쓴다면 도대체 뭘 해야 하나? 난감하겠지만 짧은 시간 발전기를 돌리는 동안 충전시킨 컴퓨터로 해야 할 일은 다 한다. 미리 충전 시켜 둔 아이패드는 이럴때 고마운 친구이다. 화장실 갈때 랜턴 역할을 하지만 책을 읽을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고도 시간 남으면 불이 꺼진 상태에서 이 생각 저 생각 한다. 그러다가 잠이 들면 아침이다. 

카르솔라 발굴캠프에서. 2011년. 저녁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과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이 숙소는 정작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프로젝터나 컴퓨터 모두 발전기를 돌려 발생시킨 전기를 미리 충전하여 이용해야 한다는 것. 충전시킨 컴퓨터와 프로젝터는 위대하다!! 가끔 둘러앉아 저녁 식사 후 발굴대원들이 가져온 영화를 함께 보기도 한다. 


카르솔라 유적지는 여기!!


하지만 발굴현장의 야영을 그런 불편함 만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내게 다시 발굴현장에서 야영하며 지내라면 나는 지금이라도 그렇게 할 것 같다. 인도 고고학 발굴 현장에는 그런 매력이 있다. 우선 밥이 맛이 있다. 이건 사실 복불복이긴 한데 인도 발굴단은 발굴현장을 들어갈때 쿡을 데리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 쿡이 실력이 좋으면 해주는 밥이 맛있다. 발굴현장에서 자주 먹는 것 중에 밀밥이 있다. 밀에 감자를 넣고 함께 볶은 것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침밥이다. 



발굴장은 대개 쿡이 따라 들어간다. 요리사가 실력이 좋으면 식사가 기다려 질 정도로 맛있다. 사진에 보이는 음식은 인도 발굴 현장의 아침음식. 밀과 감자를 함께 조리한 것인데 정말 맛이 있다. 아침밥으로 이것을 먹으면 행복해 질 정도. (2012년)


아침밥을 먹고 나면 발굴장으로 향한다. 그래도 꽤 되는 거리인데 모두 걸어서 간다. 시골길이다. 이 순간이 인도 현장 발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인도 시골은 아름답다. 


흔한 인도 시골의 풍경. 우리네 옛 신작로의 모습을 닮았다. 인도에서는 해가 뜨면 캠프에서 식사를 마치고 발굴현장으로 이렇게 걸어서 이동한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인도 발굴 조사에서 캠프를 오가는 시골길이 가장 아름다웠다



인도 소. 흔히 Bos indicus라 부르는 것이다. 나중에 또 이야기 할 기회가 있겠지만 등에 혹이 있는 인도소는 멀리 인더스 문명기 유물에도 그림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보이는 Bos taurus와는 사촌지간이고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소로 분류된다. 물론 후손을 낳을 수 있는 새끼도 나온다. 중국 양자강 이남에는 외형상으로는 우리 같은 황소지만 실제로 모계 DNA가 인도 소 계통인 소들도 꽤 많이 있다. 이 인도소의 눈을 보면 감탄할 정도로 선하게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볼수 없는 정경. 물 속에서 목욕을 즐기는 이 녀석들은 물소인데 소와는 종이 다르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현지인들은 버펄로라고 부르는데 아메리카 들소가 아니라 바로 이 녀석들을 그렇게 부른다. 인도 사람들에게는 버팔로 젖은 차이를 만들때 많이 쓰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서는 뺄 수 없는 고마운 가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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