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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인어공주는 Political Correctness의 산물인가

by 초야잠필 2023.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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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주인공 역에 흑인 소녀를 캐스팅했다 해서 전 세계가 시끄러웠다. 

이것이 노이즈 마케팅 아닌가 할 정도로 시끄러웠는데 최종 흥행 결과는 어쨌는지 모르겠다. 

이 캐스팅을 일종의 political correctness (PC)의 산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정말 그런가? 

내가 아는 디즈니는 political correctness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 조직이었으면 National Geographic을 살렸을 것이다. 

디즈니는 문화를 상품으로 본다. 그것도 아주 철저하게. 

흥행이 된다면 디즈니는 인어공주를 사람이 아니라 가재라도 캐스팅했을 것이다. 

각설하고-. 

디즈니는 최근 애니매이션을 세계 각국 문화를 섭렵하며 흥행하고 있다. 

간단히 보면, 

모아나 (남태평양)
뮬란 (중국)
포카혼타스 (북미원주민)
겨율왕국 (북구라파)
빅히어로 (일본)
엔칸토 (콜롬비아)
코코 (멕시코)
인어공주 (흑인소녀 주연 캐스팅)
 
애니메이션에 보이는 이러한 잡다함은 PC 때문이 아니라 전 세계에 상품을 팔아 먹겠다는 욕구 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중국, 일본, 유럽, 남미, 북미, 태평양 가리지 않고 빨아들이겠다는 뜻이다. 

한류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강한 것은 바로 그 강렬한 "무국적성"에 있다. 

한국문화를 외국 문화가 뒤섞어 국적불명의 판타지를 대량생산해 낸 데에 그 힘이 나오는 것이다. 

한류문화의 생산자들은 팔리기만 한다면 갓쓴 선비를 다쓰베이더와 기꺼이 광선검을 들고 대결시킬것이다. 

디즈니와 한류는 다른 것 같지만 그 무국적성이라는 점에서 매우 닮았다. 

재미있지 않은가? 

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 100년간 문화를 팔아 먹어 보려고 자신들의 문화를 소개하고 소개하고 또 소개했는데, 

한류는 무국적성으로 불과 십여년 만에 일본 문화가 올라가보지도 못한 경지에 올라섰으니 말이다. 

보편성을 뒤틀어 부르는 말이 바로 무국적성인데 사실 이 둘은 같은 사실을 다르게 표현한데 불과하다. 

디즈니 제국 무국적의 상징 "모아나". 디즈니의 힘은 타자의 문화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해하여 자신들의 문화컨턴체로 백프로 활용한다는 데 있다. 이 만화에 등장하는 돼지와 닭도 그냥 등장한 사이드킥이 아니다. 폴리네시안들이 태평양의 각 섬으로 이주해 들어갈때 들고 들어간 가축의 대표격이 바로 닭과 돼지이다.
여기는 어딘가. 여기는 언젠가. 한국인지 조선시대인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무슨 왕때인지도 궁금하지 않다. 하지만 딱 보면 한국 같다. 그런데 하는 이야기를 보면 또 그것도 아니다. 유럽같기도 하고, 한국같기도 하고, 국적 불명이지만 그러면 어떠랴. 전 세계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재미있어 한다는 건 곧 무국적이라는 소리다. 가장 한국적이 가장 세계적? 세계적인것을 만들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 아 참. 나는 이 포스터의 "한국식 궁궐"처럼 아름답게 궁궐을 찍은 사진을 보지 못했다. 무국적속에 번뜩이는 "한국의 미"랄까.

 

***

 

이런 경향을 나는 문화제국주의라는 말로 부르곤 한다. 제국주의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그 절대 성립조건은 1. 침략성 2. 무국적주의 두 가지라, 그에 안성맞춤하는 문화경향이 저 디즈니와 한류다. 

그런 점에서 그람시는 옳을지 모른다. 

저자가 말하는 PC는 적절한 번역어가 아직은 정착 안 된 듯한 느낌인데, 정치적 정당성 등이라는 번역어가 보이기는 하나 좀 께름칙하다.

다만, 저 PC 운동 역시 다문화주의 multiculturalism 를 근간에 깐다는 점에서 그 자체에 제국주의를 탑재했음이 분명하다. 

한류의 잡식성으로 예컨대 좀비를 든다. 좀비! 이거 서양귀신이다.  

그러고 보면 문화가 살 길은 잡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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