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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임택근 아나운서 별세에 꼰대가 되어버리고

by taeshik.kim 2020.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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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전설' 임택근 별세…상주는 아들 임재범(종합2보)

송고시간 | 2020-01-12 10:03

"10월부터 심장문제로 중환자실…가족 곁 편안히 눈 감아"


고 임택근


재택 근무를 하는 일요일은 대체로 오전 8~10시쯤이 좀 바쁘다. 물론 평일에 견주어 업무강도가 떨어짐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도 주로 연예 기사를 중심으로 이런저런 기사가 제법 쏟아진다. 서재에서 PC 켜놓고 그런 으레와 같은 일요일 업무에 임하는데 요란한 휴대폰 울림이 온다. 보니 이○○이라. 잠도 덜 깬 여파도 있겠지만, 이름이 찍히는 걸 보니 분명 내가 입력한 사람일 텐데 누군지 퍼뜩 떠오르진 않는다. 


"누구야? 이 아침부터 나한테 전화를 거는 사람이?"


2초가 지나니 기억 났다. 우리 공장 편집총국장 겸 편집국장이다. 


"왜요? 바빠 죽겠는데 아침부터 손수 전화세요?"


"왜 카톡은 확인 안 하냐?"


"뭔 일인데요? 카톡 확인할 시간도 없다니깐요?"


"아나운서 임택근씨가 돌아가셨단다. 사진부 김○○ 선배가 연락을 받으셨다는데, 연락처랑 빈소랑 다 넘겨놨으니 확인해서 쓰라 해." 




끊고 카톡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곧바로 방송팀 연락을 취해 확인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음 기사가 날아든다. 


아나운서 임택근 어제 별세…아들 임재범 상주

송고시간 | 2020-01-12 09:18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아나운서 임택근이 지난 11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12일 한국아나운서클럽에 따르면 임택근은 전날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강남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4호실에 차려졌으며 이날 오후 1시부터 조문할 수 있다. 발인은 오는 14일 오전 8시 예정이며, 장지는 용인 천주교회다.

상주는 아들인 가수 임재범이다.

lisa@yna.co.kr


암튼 우리 공장 방송팀 순발대응력은 알아줘야 한다. 그 사이 전화걸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는 순간 쓰기 시작한 듯하다. 


일이 터졌을 때 데스크는 취재기자한테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 이건 내 경험이며, 부장질 하면서는 나름 이 원칙에 충실하려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생각은 그런데, 일선 취재기자들은 그리 생각 안 할 수도 있다. 


임택근의 두 아들 손지창(왼)과 임재범



데스크의 간섭은 언제 집중적으로 일어나는가? 지가 취재기사보다 더, 훨씬 더 많이 안다고 할 때 그때 일어난다. 


데스크와 취재기자는 대체로 연배 차이가 좀 나기 마련이다. 임택근...저 양반은 내 세대는 아니다. 정확히는 오십대 중반인 나한테도 아버지 세대다. 하지만, 그가 한창 활동할 무렵, 나는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으니,(우리 동네엔 테레비가 아주 늦게 도입되었다) 어쩌면 내 세대다. 반면 저 양반이 취재기자들한테는 임재범 손지창 아버지로 각인한다. 임택근이라는 인물이 오죽 임재범 손지창으로 말이 많았는가 말이다. 


결론은 뭐냐? 오늘 이런 간섭이 지나치게 일어났다. 임택근을 내가 잘 안다 생각하니깐 나도 모르게 방송팀과의 카톡방에다가 이런저런 얘기를 지껄였다. 아나운서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니,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이니 "홍수환 4전5기 남아공 신화의 주인공"이니 하는 소리들을 막 지껄였다. 


쏟아내고 보니, 저런 말들이 난무한 카톡방을 보다 보니, "아! 나도 별수 없는 꼰대인가 보다" 하고 비록 일순간이나마 반성을 좀 한다. 




일선 기자 생활을 돌이켜 보면 정말 밥맛 떨어지게 하는 데스크 유형이 있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할까봐, 실제 그에 따라 이것저것 챙겨가며, 나름 머리 짜내며, 이번 사안은 이렇게 다루겠다 해서, 그에 맞추어 열라 취재하고 있는데, 수시로 전화질을 해대며, 취재 계획은 어케 되느냐 그거 제출해라, 이런 거 챙겨봐라, 저런 데 알아봐라 하는 데스크가 열라 밥맛 없다. 


통신은 신문 혹은 방송이랑은 아주 성격이 다르다. 통신은 속보성이 아주 강하며, 지면 혹은 방송편집이 없는 까닭에 신문방송에 견주어서는 훨씬 자유롭기도 하거니와, 반면 업무량을 열라 많아서, 이른바 걸리는 족족 써제껴야 하는 숙명이 있다. 한데 데스크는 천상 신문방송의 그것이나 된 양 저런 요구를 해대기 일쑤다. 


가만 있을 걸 그랬다는 후회가 좀 밀려온다. 그래서 지금은 입 다물고 가만 있다. 박스 기사 들어오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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