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한국을 방문한 이들의 우리나라 가축 평을 보면
영 좋지 않아
말, 닭, 돼지 등 하나도 쓸 만한 것이 없다 하고,
실제로 이들 대부분의 종은 20세기 넘으면서 재래종이 거의 살아 남지 못하고
외래종이 사실상 완전히 대체했다.
여기서 딱 하나 예외가 소다.
소에 대해서는 극찬 일색이다.
일단 크고 힘도 좋고 순하다 라고 한다.
소를 써서 농사를 지으면 사람 10명 몫을 한다고 했다.
소가 없으며 농사가 망할 판이라,
조선에서는 뭐라고 했냐 하면,
흉년이 들어 소를 잡아 먹으면 사형으로 다스린다
하고 그 논리가
소를 살려 놔야 농사가 가능해지고 농사가 되면 사람 100명을 살릴 수 있다.
따라서 소를 잡아 먹는 사람을 사형으로 다스리는 것은 사람 100명을 살리는 것이라 했다.
왜 유독 한우만 이렇게 대단한 놈들이 살아 남았을까?
그 이유는 바로 우역 때문이다.
조선후기에는 주기적으로 우역이 돌았는데,
우역이 한 번 돌았다 하면 소가 거의 전멸할 정도였다.
특히 17세기 우역이 무서울 지경이어서,
이때 우역이 돌아 소들이 거의 전멸해버려
소를 구하러 청나라를 통해 몽골까지 가서 건강한 소를 사올 판이었고,
그 당시 사람들 증언에 따르면,
그 후의 소는 전부 그 몽골소 후손이다, 라고 할 판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싹쓸이가 되었겠느냐만,
여기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주기적으로 우역이 돌아
시원치 않은 개체를 도태시키고
너무 많이 죽어 나간 경우에는 외부에서 소를 도입하면서
한우가 점점 질병에 강하고 힘도 좋은 놈으로 바뀌어 갔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역은 20세기 들어 완전히 소멸하였는데
20세기 초반까지 살아 남은 한국 소는
그냥 정지용의 시에 나오듯이,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 얼룩백이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그런 것이 아니라
수백년 동안 무서운 우역에서 살아 남은 치열한 삶을 살아온 최정예의 후예였던 셈이다.
우리는 한우라고 하면 삼국시대부터 우리하고 같이 살아온 재래종이라고 생각하지만
재래종이 맞기는 맞겠지만, 그 사이에는 끊임없는 품종 개량이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 품종개량의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었던 말, 돼지, 닭 등이
후손을 현대에 거의 남기지 못하고 도태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저자 후기] 우역에 관한 김동진 교수의 글에서 많은 시사점을 얻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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