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도 요상한 용인 할미산성은 해발 348미터인 선장산 봉우리를 살짝 걸치고는 볕이 잘 드는 남쪽 경사면을 빙둘러싸고 성벽을 축조한 신라시대 성곽이라, 성내 대부분이 상당한 경사를 이루며 평탄대지가 거의 없는 점이 여타 고대 성곽과는 결을 달리한다.
덧붙여 올해까지인가 7차에 걸친 발굴결과 성 안에 이렇다 할 우물이 없고 출토유물 중엔 기와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 점도 이채롭다.
신라가 한강유역을 차지하면서 이 일대 군사적 지배를 강고하게 하고자 6세기 중후반 무렵에 쌓았을 할미산성은 또한 이 시대 신라 석축산성이라면 연상케 하는 그 어떤 압도적 위용도 매우 부족하다.
이 시대 신라산성이라면 그 성벽 축조술이 당대 세계 최고를 구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준이 높지만 유독 할미산성만큼은 비실비실하다.
그런 까닭에 나는 내심 이 할미산성은 어떤 멍청한 산성 설계자가 잘못 위치를 선정하고는 조금 운영하다가 예가 아닌가벼 하고는 이내 운영을 단념하고 만 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무엇보다 물이 안나는 데라는 점이 치명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혹 수의계약에 따른 패착 아닌가 했더랬다.
그 점에서 진짜배기 산성은 저짝 남쪽 우뚝한 석성산이 아닌가 한다. 저짝에도 신라성곽으로 짐작하는 석축산성이 있어 그 산 이름을 따서 석성산성이라 한다.
다만 저짝은 군부대가 점령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조사가 현재로선 어려워 그 정확한 성격 파악은 상당한 시일을 요할 전망이다.
올 겨울 들어 젤로 추운 날 할미산성을 올랐다. 그제 내린 눈이 남쪽 사면엔 녹았으나 응달과 산바람 센 정상 쪽은 그대로 얼어붙어 그 정상에 서니 귀가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정상에서 사방을 조망하는 경관은 압도하는 그 무엇이 있다.
이젠 어느 정도 발굴을 끝낸 할미산성을 어찌 단장해야 할지를 결정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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