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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30대는 쟁여 박고 40대는 숙성하는 시기

by taeshik.kim 2024.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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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한테는 내가 몸담은 과거 회사 부설로 운영하던 옛날 블로그 내 글이 한 뭉치로 있다.

젊은 날 피땀이 다 응축했다 할 만한 흔적인데

물론 개중 상당수는 시대에 맞지 않아 폐기물이 되었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건질 만한 게 없지 않으니 개중 절대량이 당시 블로그 공간하지 아니한 비발간물이라

섞어찌게 방불하는 잡탕 잡식이나 한 가지 내가 생각하기에 놀라운 점이 있다.

그때는 당장 혹은 훗날 꼭 필요하다 생각한 메모들이 그것이라

개중엔 이른바 아이디어라 할 만한 메모도 있으니 이건 오가며 똥싸며 혹은 싸다말며 혹은 싸고 나오나 문득 떠오른 생각들을 그때 아니면 영원히 망실하고 말 것만 같은 것이 있다.

나아가 그땐 내가 남독을 하던 시절이라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아 이 구절은 언젠가는 내가 써먹을 날이 있겠지 라 해서 그 원문을 전사하고는 그 출처 참고문헌 서지를 쪽수까지 적어 둔 것이 그리 많다.

그 하나하나를 어찌 내가 다 써먹었겠는가? 지금도 그런 자료 뭉치가 한 가득이라

저것들을 다시금 어찌 배치 서비스해야 할지를 고민 중이다.

그렇게 무지막지 축적한 단편들이 결국 나는 지금의 내가 있는[그 가치가 얼마건 관계없이] 내 힘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그렇게 축적 메모한 것들을 나는 훗날 즉각 필요할 때 써먹으려고 일일이 키워드를 매겨두었으니

혹 내가 기자로서, 혹은 역사연구자로서 그래도 이 사회에 쥐꼬리만큼이라도 기여한 바가 있다면

그것이 독서와 사고, 그리고 무엇보다 메모의 힘이었다고 믿는다.

내가 갖은 욕 쳐먹어가며 그래도 불꽃처럼 싸우고 그 싸움에서 내가 생각할 때 단 한 번도 패배가 없었던 힘은 바로 저 메모였다. 그 메모는 나를 지탱하는 힘이었고, 내 절대하는 무기였다. 

과거 차기집箚記集 메모집을 훑으니 그런 집적하는 시기가 30대였다.

이 삼십대 십년을 마구잡이로 쑤셔박고선 사십대가 되어서는 개중 필요한 것들을 곶감 빼먹듯하며 살았다.

그래서 잘살았다? 그래서 나처럼 살아라?

이런 말은 하고 싶진 않다.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공부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삼십대가 대표하는 그 시절과 그 이전 시대 불꽃나는 투쟁이 없으면 사십대 이후도 없다는 말은 꼭 해두고 싶다.

사십대가 되면 이미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해서 꼬꾸라지기 시작한다.

사십대 이후는 숙성하는 시기다. 
물론 환갑 앞둔 지금도 그렇지만, 그래도 언제나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다. 

다만 저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무엇을 읽고 싶어도 체력이 용납하지 아니하며 무엇을 생각하려 해도 잡생각 뿐이라 적어둘 것이 없는 까닭이다. 
 
You will never com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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