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맞다.
요새 내가 주구장창 외국 것만 소개하니 이런저런 불만 있을 수도 있다.
실제 그런 불만을 토로하신 분이 있었기에 이참에 내가 왜 이러는지를 간단히 밝혀둠도 좋으리라 본다.
이에 대해선 그간 내가 여러 번 말했다.
첫째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다.
유럽 장기여행이 예정된 마당에 그 공부라 할까 하는 심정으로 하나씩 손을 댔고 그러다 보니 이 짓도 재미있다.
또 실제 나는 나와서 한달반째 이른바 외국물만 잔뜩 먹고 있다.
먹은 건 싸질러내야 한다.
둘째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짜 이유인데 이젠 그만 우리것이라 해서 주구장창 파는 마스터베이션 그만하고 싶다.
나만큼 그 짓거리 많이 한 놈 있음 나와보라 그래.
최순우? 웃기네 최순우가 나보다 글 많이 썼는가?
그가 쓴 글 다 합쳐봐야 내 1년치 글도 안된다.
이제 할 만큼 했다.
그렇다고 이른바 우리것을 손놓는 일은 없겠지만 의식적으로라도 비중을 줄여나가리라.
셋째 우리것 남의것이 어디 있는가?
없다.
그리스 로마가 왜 우리것이 아니란 말인가?
멀게 간다라미술까지 치고들어갈 것도 없다.
우리 안방에 들어와 지금 이 순간 소비하는 것들 열개 중 아홉개가 그리스 로마에 뿌리를 박는다.
현재 우리가 소비하는 양태 모두가 우리것 우리문화다.
이런 자세 나는 시종일관 유지했다 보거니와
내가 그간 싸지른 논문이란 것들도 살피면 난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그 절반은 중국자료 일본자료 서양자료였다.
하다 못해 고대 이집트 자료를 들추다가도 전문 곡꾼을 발견하고선 무릎을 쳤고
그 무수한 그리스 무덤에서 그 무수한 명기가 도대체 무엇을 말해주느냐를 지금도 고민한다.
우리것? 남의것?
그거 따지다 내가 망하고 집안이 거덜나며 국가가 패망한다.
이 시대 우리것 남의것 없다.
난 잡식이다.
그래서 지금도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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