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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머리는 다 취향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한 달에 한 번은 바리깡질을 해줘야 하며
이보다 짧게 주기를 가져가는 사람도 많다.
삼 개월을 떠나 있으려면서 떠나기 전날인가 동네 단골 미용실에서 밀었다.
사십일이 넘어간 상태가
이것이라
저 원빈 들이밀고 볼품없는 중늙은이 느닷없이 나타나 미안하다만
깎을 때가 지났다.
이 이발이라는 것도 한 곳에 진득이 있을 때나 가능하지 지금처럼 천방지축 돌아다니면서는 힘들다.
그렇다고 내가 이쪽 문화에 익숙한 것이 아니니
이러다 석달 동안 더벅머리 중늙은이 상태로 귀국할 성 싶다.
그렇다고 내가 컨셉이라 해서 시염 질구고 머리 질러 묶고 다니는 털보관장 이한용처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귀밑으로 종유석처럼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싫어 그제는 샤워하는 김에 면도기로 밀어봤더니 아주 조금은 나아진 듯한 느낌은 준다.
가시개 구해서 내가 한번 밑둥만이라도 쳐볼 생각이다.
예서야 어차피 사람 만날 일은 없으니 양쪽 귀밑머리만이라도 쳐 볼 생각이다.
저 원빈이 그런 희망을 줬지 않는가?
제 머리 제가 얼마든 깎을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한 달을 뛰어넘는 장기 출타는 이발이라는 새로운 변수와의 만남도 선물한다.
실은 바리깡을 가져올까도 했더랬지만 가져올 걸 그랬다는 후회가 생긴다.
그렇다고 식칼로 자를 수는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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