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가는 길목이라 로마 도착 저녁에 잠깐 둘러본 트레비 분수 개보수 현장을 아침 나절에 다시 찾아 둘러봤다.
물 뿜는 베르니니 트레비 분수야 로마에 오면 누구나 둘러보는 현장이나
물 빼서 개보수하는 현장은 이곳을 처음 찾는 사람들한테는 재앙이겠지만 나한테는 어쩌면 축복이다.
그렇다고 물 빼고 가설물 설치해 임시 관람로 설치한 것 말고는 달라진 것도 없다.
그냥 물 없는 트레비 분수 한 번 봤다 딱 이거 뿐이다.
분수대가 아주 깊어 속내를 제대로 처음 보였다면야 그나마 할 이야기가 있을지 모르나
입장료는 따로 없지만 관광객들이 던진 동전 주어먹는 재미로 사는 데니 그런 수익은 스페인광장 계단이랑 비슷하리라 본다.
로마시에서 그 돈은 거둬가니 그 수익금도 공개가 되어있을 텐데 인간은 어차피 본성이 짠돌이라 푼돈밖에 안 될 것이다.
비단 이곳만이 아니라 로마는 내년 희년을 앞두고 곳곳이 더 공사판이라
대목이라고 물가가 앙등을 거듭하는 모양이라 담달 애들이 이곳으로 합류하는 내가 곤란해졌다.
그나마 덜 영향 받을 만한 교외를 물색 중인데 쉽지는 않다.
암튼 맨바닥에서 인부들이 망치질인지 뭔지 퉁탕퉁탕하는 걸 보면 개보수는 하기는 하는 모양인데
이런 친구들 데리고 우리 문화재 현장 일했다간 담당자들 복장터져 죽거나 갑질로 고발당할 것이다.
조금 줄서서 기다리긴 했으나 금새 입장해 분수대 코밑까지 갔다 반대편 출구로 나가는데 십분도 걸리지 않았다.
조금 더 가까이 베르니니 곁으로 갔다는 느낌만 있을뿐, 그렇다 해서 그릫지 않은 시절 좀 더 먼 발치에서 바라볼 때랑 감흥이 크게 다르다 할 순 없다.
물론 뒤를 배경으로 턱 오므리고 눈 째고 볼태기 두 손 밀어 올리며 기념촬영하는 관광객 천지이나 나까지 그에 동참할 이유는 없으니 그런 모습 보며 웃고 말았다.
한국인 관광객이야 너무 많아 천지사방 한국말이라 한 달간 한국말이라고는 듣기도 힘든 그리스 생활과 뚜렷이 대비한다.
이런 데서 한국라면 장사하면 되려나?
술먹는책방 남영동 본점 삼아 로마 분점 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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