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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창문을 약간 열어두고선 이런저런 잡무를 처리하는데
창문 너머로 아까부터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나기에 대로변이라 그런 모양인갑다 하다간
혹 비가 아닌가 싶어 내려다 보니 사람 내왕이 많은 이 로마 중심 거리가 텅텅 비고 우산 쓴 이 두어 사람이 보일 뿐이다.
집떠난지 한 달이 넘어 이역만리 전전하면서 어찌 집이 그립지 않겠는가?
더구나 계절은 이곳도 가을 지나 겨울 문턱에 들어서기는 마찬가지요
밤이 깔리고 빗소리까지 제법 나니 그 간절함 더하지 않겠는가?
나올 땐 짐을 좀 든 상태였으니 더 무거웠다.
그 짐짝 중 하나를 어제 비로소 내려놓았으니 한결 가벼워진 것만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다 벗어던지지는 못했으니 여전히 짓누르는 무게가 있다.
돌이켜 보면 이런 짐 없이 깔깔대고 웃기만 한 나날이 얼마나 될까 하니 어째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짐을 덜었다 했으나 또 다른 짐이 생기기도 한다.
돌아가서, 혹은 돌아가기 전에 단도리할 일이 많지는 않으나 압박하기 시작한다.
秋夜羅馬
생각이 많아진다.
저 비만 아니었던들 그 생각이 이보다 많지는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참 희한한 게 빗소리가 참 푸근하기도 하다.
더운 기운 나는 호텔방에서 감상해서 더 그런가 보다.
집이란 게 결국 비바람을 피하기 위한 곳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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